혼자 분노하면 성이 나지만, 

함께 분노하면 희망이 된다...

 

 

학벌철폐를 부르짖으며 2200km 자전거국토횡단을 했던 경험을 말씀하시며 눈빛을 반짝이시고, “혼자 분노하면 짜증나지만, 함께 분노하면 통쾌하거든요.” 주름이 깊이 패이는 넉넉한 웃음으로 말씀하시던 '영원한 청년' 정진상 교수님의 미니대학 5강 강의, 지금부터 스케치해드립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미니대학 6개 강좌를 지상중계 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3강 안병진 교수님 강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사in 미니대학 중계 기사(2011.7.23. 제 201호) 보기 (클릭) )

 

미니대학 네 번째 강의는 경상대 정진상 교수님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의 비전과 미래”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개량 한복에 짧은 스포츠머리, 형형한 눈빛으로 활달하게 시작된 강의는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빠져드는 시간이었습니다. 급진적인 대학개혁 모델을 만든 분으로, 과격한 언어와 경직된 사고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소박한 풍모와 열린 사고를 지닌 분으로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먼저,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소개하셨습니다. 어느 해 여름, 민교협(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수련회에서 학생들의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이 세월이 흐를수록 심각해지는 것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토론하던 중, 자신이 그 대안을 만들어보겠다 호기롭게 말하고 돌아와, 동료들 7명과 2년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를 하며 만드셨다고 합니다. 시대의 핵심적 모순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와 이를 집요하게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안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입시경쟁과 사교육 고통은 공교육을 아무리 잘해도 해소할 수가 없고, 대학서열체제와 사회의 학벌의식이 폐지되는 않는 한 불가능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사립대학들도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무상교육이 가능하도록 국가가 재정지원을 국립대와 동일하게 하고,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동선발, 공동국가학위를 주는 방식입니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대학에 한해 인기가 높은 의학, 법학, 경영학, 교원대 등의 전문대학원을 설치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학벌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학교는 학부를 뽑지 않고 국립대 학생들에게 학부 개방을 하는 형태로, ‘대학원 중심대학’이 아니라 ‘대학원대학’으로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정교수님은 우리나라에 유독 심각한 병리현상을 보이고 있는 학벌의식과 대학서열체제가 뿌리내린 역사적 근거를 명쾌하게 제시하셨습니다. 그 하나는 토지개혁으로서, 2차 대전 후 냉전시대에 중국과 북한이 먼저 토지개혁을 하는 바람에 남한에서도 따라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토지개혁이 성공한 나라는 중국과 대만, 남·북한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토지개혁의 성공으로 그동안의 신분적 특권이 일소되자, 그때로부터 사회적으로 가장 강력한 가치로 부상한 것이 ‘교육열’이 되었고, 학위와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한 교육경쟁이 격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교육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적 가치를 배우는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출세의 도구로 삼게 된 것이지요. 두 번째가 한국전쟁의 영향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집단적이고 공동체적인 문화가 해체되고 개인주의적 행태가 만연하여 한국사회의 주류문화는 더불어 사는 문화보다 극심한 개인의 경쟁적 문화가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입신양명과 출세지향적 사회문화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통해서 더욱 강화되어 온 것을 확인하게 되어,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학벌의식 해소 과제는 참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를 해소하는 것이 난망함을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해방 후 농지개혁 과정에서 제외대상이 되었던 것이 종교기관이나 지주들이 학교를 설립할 때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방 후 국가가 중고등학교 설립을 책임지지 못하는 재정 상태에서, 지역 지주들이 사립학교를 설립하고 운영비는 국가가 대주는 방식으로 중등교육을 확대해온 정책을 펼치면서 지역 유지들 대부분이 학교 설립자가 되고, 이들이 지역의 기성정당의 권력을 장악하게 된 역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핵심 중 교육 공공성 취약의 배경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학교의 존재가 있고, 이들 학교를 둘러싼 정치 권력의 문제로 인해 사립학교법 개정이 어려웠던 역사적 배경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권력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와 같은 획기적 대학체제 개편안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책의 성공의 길을 기존 정당과 정치권력, 교육 관료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대학서열체제와 학벌의식의 피해자인 학생과 학부모, 시민, 지방대학들의 연대의 힘에 의해 가능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광우병 파동때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던 것처럼, 또 지금 반값 대학등록금 운동에서처럼, 지금 학생들이 쓸모없는 공부 경쟁에서 놓여나 새로운 생산적 학습과 성장이 가능한 새로운 교육 체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모와 어른들이 이를 지지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풀고자 일어서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들 또한 이 문제를 아이들 손에 맡겨두지 않고 함께 나서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셨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정책안을 잘 다듬어 설득력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연대하는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안을 창안하신 원조(^^)로서, 제도가 갖는 철학과 배경, 구체적 내용까지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하시고, 오랜 동안 다수 대중들로부터 외면되어 왔지만 희망의 끈을 여전히 힘있게 쥐고 계신 진정성에 깊은 감동을 안겨 준 강의를 해주신 정진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니대학 6강(7/21, 목)은 전 국가교육 혁신위 상임위원 이종태 선생님의 “‘미래 교육 비전 2030’으로 본 대학체제 개편”이라는 주제로 진행됩니다. 이종태 선생님은 초중등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대학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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