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수많은 영유아 교재교구, 학습지, 학원 등과 같은 사교육 상품들은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에 근거해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에게 존재하는 8가지 지능을 골고루 자극해 발달시켜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과 홍보에 대해 다중이론의 창시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이는 자신의 뜻이 아니며, 자신은 한국의 특정 (유아) 사교육 상품을 승인한 적이 없고' 오히려, '한국의 부모들은 사교육 상품 업체들이 내세우는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사실은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약칭, '사교육걱정')이 한국 유아 사교육 시장의 다중지능이론 관련 왜곡 가능성을 유의하여 그에게 보낸 질의 편지를 통해서 밝혀졌다.

 

사교육걱정 영유아사교육포럼은 영유아 사교육 상품이 차용하고 있는 교육이론과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특히 다중지능이론에 대한 왜곡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가드너 교수와의 인터뷰에 앞서 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들의 홍보방법과 구성 등을 분석한 결과, 먼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게 되었다.

 

 

 

한국에서 다중지능이론주로 유아사교육 상품에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다중지능이론에서 유아기는 스펙트럼 검사 등을 통해 강점, 약점을 발견하는 시기로 언급되며, 다중지능이론에 따른 구체적인 개발에 대해서는 유아기 이후에 유용한 이론이라는 점이다. 또한 한국의 많은 사교육상품은 다중지능이론을 이용해서 '어릴수록 모든 영역을 골고루 발달시켜야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다중지능이론은 인간의 능력을 협소하게 정의하는 아이큐 검사 등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고, 인간의 지능을 다차원적으로 평가해 인간 능력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키려는 것이지, '모든 영역을 발달시켜 1등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사교육상품들은 영유아가 서로가 자유롭게 놀며 학습하는 환경이 아니라, 학원이라는 통제된 공간에서, 계획된 순서 운영되는 환경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적성과 특성에 맞게 가르치는 소위 '개별화 수업'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다중지능이론의 효과를 굳이 보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개성과 재능을 가진 학습자 개개인이 존중받는 환경이어야 효과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 6월 18일, 가드너 교수에게 한국의 다중지능개발 상품 실태를 알리는 내용과 함께 다중지능이론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가드너 교수는 그로부터 3일 뒤인 21일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한국 다중지능이론 상품, 승인한 적 없다"

 

가드너 교수는 답신을 통해 우선, 한국의 많은 사교육업체와 상품들이 다중지능이론에 따라 다양한 지능을 개발시켜준다고 주장하는 사실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서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다중지능이론 상품(놀이학원, 학습지, 교재교구 등)에 대해 어떠한 제품도 결코 승인한 적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다중지능이론은 시작했을 때부터 왜곡되고 오용되어 왔다. 나는 비록 사교육회사들이 다중지능이론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워낙 그런 사례가 많아서)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나는 어떠한 특정 제품을 결코 승인한 적이 없다(Since its inception, MI Theory has been misused and misrepresented. Although I was not aware Shadow Education Companies were making unsubstantiated claims about MI Theory, unfortunately I am not surprised. I have never endorsed specific products.)"

 

 

 

 

또한 가드너 교수는 다중지능이론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개인화'(individualization)'다원화'(pluralization)의 개념을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화인간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니는 각 사람 본연, 자체의 사고 형태를 고려해 평가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원화중요한 내용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습자를 고려한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많은 상품들은 가드너 교수의 설명과는 다르게 유아 개개인이 가지는 고유한 사고를 파악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심도 있게 관찰하거나 그에 꼭 맞는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다. 표준화되고, 구조화된 상품에 아이들의 개성을 맞추는 형태이지, 유아가 가지는 고유의 사고 형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중지능이론 상품들은 유아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지도 방법이 아닌, 누구에게나 획일화되고 보편화된 내용으로 접근하고 있다. 

 

"개인화란 인간이 태어났을 때부터 각 사람 본연, 자체의 사고 형태를 띠는 데, 사람들은 이를 고려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지도 및 양육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이 아이들이 자신만의 형태에서 학습 가능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하며, 아이들이 이해한 것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용인하는 방식을 통해 평가해야 한다. (Individuation (also termed personalization), suggests that since human beings have their own unique configuration of intelligences, we should take that into account when teaching, mentoring or nurturing. As much as possible we should teach individuals in ways that they can learn and we should assess them in a way that allows them to show what they have understood and to apply their knowledge and skills in unfamiliar contexts.)

 

또한 다원화란 중요한 내용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 과학, 역사, 수학 등 어떤 과목을 가르치던 간에 다양한,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알려줘야 한다.(As for pluralization, that is a call for teaching consequential materials in several ways. Whether you are teaching the arts, the sciences, history, or math, you should decide which ideas are truly important and then you should present them in multiple ways.)"

 

▲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가드너 서신 인터뷰

 

 

 

 

마지막으로 가드너 교수는 사교육 상품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에 대해 "부모와 교사들은 그들의(사교육 업체의)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Consequently parents and teachers should reject such claims)고 권고했다. 다중지능이론을 창시한 가드너 교수가 한국의 부모와 교사에게 사교육 업체들의 주장을 거부하라는 말은, 더 이상 사교육 업체들의 상업 논리에 현혹되지 말고 올바른 소비 선택을 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보여진다.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교육 회사들의 주장을 잘 분별하고, 무조건적인 수용 태도를 버리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사교육 상품 회사는 내 아이, 내 자녀 한명, 한명의 상태를 관찰하고 분석하여 그에 꼭 맞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렇기에 아이들 개개인이 가지는 고유의 지능을 발달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은 모든 영역이 발달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키워가는 것을 강조하고 각자에 맞는 다양한 지능과 지능의 조합을 인식하고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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