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형근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1월 중순, 원주 상지대학교에서였다.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만났는데, 그의 첫인상은 투사라기보다 어떤 간절한 소망을 지닌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 진지함이 묻어나는 나직한 말씨는 다른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검찰은 자존심도 없나


그는 자신의 몸을 부수어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는 그런 선생님이었다. 가출한 아이들을 찾으려고 임실에서 전주까지 가고, 때로는 부산까지 갔다. 단돈 3천원에 자신의 자존심을 파는 것을 목격하고 함께 통곡도 했다. 다방 업자들이 학교 선생님보다 더 잘해 준다는 아이들의 말에 가슴이 오죽 쓰라렸을까. 그 아이들을 선생님 집으로 데려와 먹이고 재우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병원 치료도 받게 하여 웃음을 되찾은 ‘학생’으로 되돌아오게 했다고 한다.

그 다음날 참실대회 발표자로서 통일 교육을 주장하는 김 선생님의 모습은 어제 저녁에 보았던 그가 아니었다. 전교조의 통일 교육 정책에 문제가 많다면서 그는 절규를 했고, 통일에 소극적인 전교조를 질타했다. 그야말로 고승의 할이었다.


나의 메모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전교조는 마음의 관성화를 과감히 깨야 하다.
- 우리가 가진 지위에 얽혀 싸움다운 싸움을 못하고 있다.
- 오늘 못 싸운 사람이 어떻게 내일 싸울 수 있겠는가.
- 아이들을 붙잡지 않고는 통일 교육도 없고, 통일도 없다.
-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통일된 조국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는가.
- ‘통일’은 ‘전교조 사업 중의 하나’가 절대 아니다.
-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통일로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

지난 1월 22일, 전주지방검찰청은 김형근 선생님을 구속했다. 이미 죽어버린 국가보안법을 되살리려는 안간힘인가. 얼마나 논리가 궁색했으면 2005년 5월에 있었던 일을 3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 와서 구속을 하겠는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나 예쁘죠’ 하는 식으로 구속하는 모양새는 더욱 불쾌한 코미디다. 우리나라의 검찰은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가. 이렇게 정권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권력 앞에 꼬랑지를 내려야 하는가.

구속되던 날 조선일보의 침묵도 신기하다. 조선일보의 ‘빨갱이 사냥’이 성공을 했으니 대서특필을 해대고, 조선일보의 승리를 자축했어야 하는데 그날 자 조선일보에는 언급이 없었다. 신문을 직접 보지 않고 인터넷에 들어가 아무리 뒤져봐도 그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통일 교육! 60년 분단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통일 교육의 현장은 사실 캄캄하다. ‘통일’이라는 말에 가슴이 설레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통일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100명 중 5, 6명 정도만 원한다고 한다.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도 공감하는 눈빛을 얻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을 한 후 통일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반응은 어느덧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공 교육을 철저히 받은 어른들이 아직도 여기저기 건재하고, 아주 뜨거운 가슴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통일을 가르쳐야 비로소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데 그런 가슴들마저 자꾸 지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단죄(斷罪)하는가


검찰은 이제 분단국가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되돌아가라. 통일의 엄숙한 과제 앞에 옷깃을 여미라. 수의(囚衣)를 입어야 할 사람은 김형근 선생님이 아니라,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염원을 감히 가두는 당신들이다. 당신들이 먼저 역사의 법정에 서서 단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령처럼 들어라.

김형근 선생님은 지금 감옥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그 뜨거운 가슴을 하루속히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라.


2008. 3. 17(월) / <시민사회신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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