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진행된 3차 등대모임에서 김태훈 회원님의 생활나눔입니다. 등대모임은 1기 등대지기학교 수강생들이 모여 교육 및 사교육 문제에 대해 경험을 나누고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3차모임은 '좋은사교육, 나쁜사교육 ,그 경계를 생각한다'란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 등대모임때 교육단상으로 생각을 나누었던 글로, 이양호 선생님의 책 발췌 부분에 저의 짧은 생각을 더한 것입니다. (김태훈)


교육단상 - 심봉사와 우리 교육 
 

조선이 심봉사와 같은 사람만 냈다면, 우리의 역사는 참으로 보잘것없이 되었을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 역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 역사는 그런 인물을 끌어안고 삭여서 풋풋한 생명을 낳아 주었던 것입니다. 아비의 눈멂이 안쓰러워 아비의 눈을 뜨도록 하기 위해 제 몸을 제사상에 올려놓은 자식들이 조선의 역사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것입니다. 심학규가 조선 끝자락의 꼴 같지 않은 유학자들이라면, 그러면 저 꼴 같지도 않은 유학자의 눈을 띄워주려 제 몸을 바친 심청은 과연 누구일까요?

‘심청이 곱다’,‘심청이 사납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말에서 ‘심청’은 사람의 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타고난 마음이고 또 제가 타고난 마음인 셈입니다. 눈먼 몸뚱이를 봉양하고 멀어버린 눈을 띄워주려 애태우던 심청의 마음이고, 함석헌 님이 말하는 ‘씨’이고, 사도 바울이 말하는 ‘속사람’입니다. 본디 마음을 잘 간직하면 눈뜬 심청이고, 그 마음을 잃으면 눈먼 심학규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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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200년 우리 역사는 젖동냥의 역사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은 수도 없이 많은 젖동냥을 했고, 그 동냥젖으로 많은 심청들을 길러냈습니다. 하지만 그 심청이 자라나 제 젖을 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헛욕심과 무지 등등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심청을 죄다 역사의 제사상에 올려버리지 않았습니까? 정약용, 정약종, 최제우, 최시형, 전봉준,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이육사, 윤동주, 이름 없이 죽어간 광복군, 김주열, 전태일, 인혁당 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분들, 김경숙, 빛고을에 빛을 주고 간 그분들..............

“어떤 맹인이오?“하고 묻는 심황후에게, 그래서 그는 ”저는 집이 없어 천지로 집을 삼고 사해로 밥을 부치어 떠돌아다니오니, 어느 고을에 산다고 할 수가 없다“고 답할 수 있었겠지요. 이전에는 언제나 도화동 사람이라고 했던 점을 떠올린다면, 자신이 뿌리 뽑힌 자임을 처음으로 바라봤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식 팔아먹은 놈“이라고까지 고백했습니다.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러면 그는 이제 눈뜬 사람아리고 할 수 있을까요?

아직도 깨달아야 할 게 하나 더 남아 있다고 이야기꾼은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자신을 수발들 사람으로 알고 종이나 다름없이 여겼던 심청이, 외려 자기가 수발들어야 할 황후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비로소 그의 눈이 뜨인 것입니다.

<이양호,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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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은 심봉사를 키워내고 있을까, 심청이를 키워내고 있을까? 한도 끝도 없는 경쟁 속에서 다른 사람을 이겨야 내가 산다고 가르치고 있는 교육, 삶과 연결된 배움이 아니라 죽어있는 지식만을 외우고 또 외우는 우리 교육이 바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눈 멀어버린 심봉사의 모습이 아닐까.

불행히도 우리 역사의 심청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외롭고 힘들게 삶의 무게를 감당했으나, 후세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건강한 심청들을 키워내고 그 심청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는 역사에서 보았던 것처럼 심청이를 키워내는 일을 위해 우리 자신이 외롭고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심봉사가 심청이의 진정한 가치를 알았을 때 눈떴던 것처럼 우리도 눈 떠야 할 일이 많다. 사교육의 문제가 우리 교육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교육의 문제가 우리 사회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그리고 그것들이 나 자신의 행복 문제의 한 가운데에 있음을 눈 뜨는 일들이 우리 삶 속에 매일매일 있기를...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태훈 회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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