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봄 기운이 만연해지고,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싱그러운 5월이 시작될 터였다. 어느해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면 말이다. 느닷없이,(물론 정말 느닷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광화문에서, 그것도 강남 저끝 이제 막 생겨난 마을 청계산 자락에서 광화문이라니... 일단, 나가서 만나봐야겠다는 생각말고는 그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처음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는날, 마침 함께 가보고 싶다는 화원쌤(나눔+팀)과 같이 택시에 올라탔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시청이 가까와 오자, 그동안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졌다. 하필 비바람이, 사정도 두지않고 피켓과 우비와 처음 시작하는 시위자의 몸을 마구 흔들어 댔다. 할 수 있겠냐고 거듭 다짐을 받아내려는듯. 그러나 이순신 동상과 광화문 광장은 한가롭고 한적할 따름이었다

“정말 옷을 잘 갖추어 입고 나가라”는 남편의 말처럼, 그리고 그녀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가냘프지만 빈틈없이 타이트한 정장에 꼭 어울리는 하이힐을 갖추어 신었다. 앞으로(물론 지금까지도 허투로 살아온 적이 한번도 없지만) 삶이, 이 여인을, 그것도 꼬물꼬물 다섯아이의 엄마 노릇도 벅차기만한 이 여인을 어디로 몰아세울 것인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1인 시위를 시작한 그 첫날 벌벌 떨리던 몸과 마음을 우동 국물로 녹이며, 그녀도 그랬겠지만 나는 더욱 앞날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더 벌벌 떨었던 것 같다.

 

 

감신대 학생들이 세종대왕 동상을 기습적으로 점거하고, 나라의 수장더러 책임지라며 빠라를 뿌려대고, 삽시간에 경찰병력에, 강제연행에, 광화문은 그야먈로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박한 정국이 되었다. 이 아수라장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아내고 급박한 상황을 알리면서 그녀는 또 얼마나 놀랐을 것이며, 전원 강제연행된 이 상황에 그녀에게는 별일이 없는 것인지, 나는 직접 가서 확인을 해야만 했다. 아니나다를까 그 자리에 한결같이 서 있던 그 자리에, 그녀가 없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안 나왔을리는 없고, 혹 자리를 옮겼나, 광화문 광장을 샅샅이 뒤진다, 여기저기 배치된 경찰 병력. 만약 연행이 되었다면 어떻게 빼내올것인가 머리는 온통 복잡하고 초조하다. '그렇다면 단체의 이름으로 구출한다', 빠른 계산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지나간다. 여러번 통화를 시도하고서야 이제 곧 도착한다고, 오늘 좀 늦었다는 통화를 했다. 긴장이 풀려서 풀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하루에 네시간이나 되는 이 강행군을 언제까지 이어갈것인가 왕복 세시간을 포함하면 꼬박 일곱시간을.....

 

 

마침, 사무국에서 [세월호 참사, 우리는 무엇을 할것인가] 집담회가 열렸다. 황병구 선생님, 최영우대표님, 우리 회원님들은 뭔가 속시원한 답을 해주실까? 이 자리에 그녀도 네시간의 시위를 마치고 변함없이 빈틈없는 정장을 하고서 여러장의 피켓에, 의자에, 바리바리 짐을 들고서 온다. 버스 정류장까지 나가서 그 짐을 나누어 들고서는 우리 단체로서만 가능한 깊은 정을 나눈다. 오지숙, 그녀가 다시 성큼성큼 단체 가운데로 걸어온 것이다. 2년전, 그녀가 처음 단체에 왔을 때처럼.


하루이틀 쌓여가니, 흐릿하던 것들이 하나 둘씩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는 종북빨갱이하며 자신의 오랜 공포를 날것 그대로 욱하고 쏟아 놓는다. 숨죽이며 있는듯 없는듯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던 아가씨며 아저씨들은 음료수를 슬며시 건네기도하고, 내 직장 근천데 하면서 짐짓 모르는척 점심시간에 안부를 살핀다. 어떤 이들은 그가 지금까지 받아오며 꾹꾹 참아왔던 욕을 비로소 뱉어내기도 한다.(나는 그들이 뱉어내는 욕이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님을, 실은 뱉어야 할 대상에게는 할 수 없었던 것을 비로소 그녀에게 뱉어낸 것임을 잊지않으려고 한다.)

 

 

완벽해보이지만, 그녀는 아직 1년 반동안 아버지와 화해를 하지 못했고, 강해 보이지만 남편에게 "참 쓸데 없는 짓 하더니 사서 고생하는구나"하는 마음을 읽게 될까봐 한점 한터럭까지도 이해받고 싶어서 끝까지 포기하지 못해 서운해하고, 충만해보이지만 어딘가 부족하다며 그 나머지 1%의 사랑을 갈구한다.

 

 

내 눈에는, 그녀는 한없이 가녀리고, 한없이 사랑스럽고, 한없이 아름답고, 한없이 부럽다

 


개인의 역량이 단체의 것이 되기도 하고, 단체의 역량이 개인의 것이 되기도 하면서 우리는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여름은 그 어느해보다 품을 많이 팔아야 할 것이고, 그 어느해 보다 진이 많이 빠질 것이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쉬지 않고 물을 것이고, 또 서로를 쉬지않고 격려하게 될 것이다.

 

 

 

소소한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더 듣고 싶으시다면 클릭^^

 


 

                    


                                      나눔+팀             백성주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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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금요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선행교육금지법 제정을 위한 성찰과 고백의 광장-세 번째 시민문화제가 열렸습니다. 매주 참여하시는 분들이 10여명씩 늘어나면서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외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고, 문화제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오후 4시면, 사무실 식구들은 세 번째 문화제를 위해서 물품들을 내려 트럭에 싣고 광화문으로 향합니다. 참석하시는 분들은 7시가 문화제의 시작이지만, 상근자들에게는 4시가 문화제의 시작이거든요. 문화제를 위해서 준비된 물품들은 가짓수로만 헤아려도 어마어마하답니다.




‘대형 현수막, 현수막을 고정할 타이어 2개, 엠프 스피커 2대, 발전기 2대, 빔 프로젝트, 이동식 스크린, 노트북 2대, 카메라 3대, 삼각대 3개, 조명 2개, 마이크 스탠드, 조명 스탠드, 스피커 스탠드, 보면대, 서명 테이블, 전단지, 팜플렛, 아이들에게 나눠줄 풍선, 이젤 20개, 홍보 판넬 20개, 의자 등... 17명의 상근자들이 4층 사무실 계단을 3번씩 오르락내리락 해야 옮길 수 있는 물품들입니다. 한번 물품들을 나르고 나면 배가 금방 홀~쭉해지죠. 문화제를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수고스러운 9월을 보내지 않았을테지만,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아낌없이 해보기 위해서 이왕!, 문화제를 시작한거!, 오신 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문화제를 만들려고 많은 것들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



오늘은 그 중에서도 진행에 재능을 보이고 계시는 사회자 ‘채송아’ 선생님과 문화제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예능팀’에 대한 소개를 할까 합니다. 채송아 선생님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오래된 회원이자 강남송파서초 지역등대모임의 등대장으로, 이번 문화제의 기획단에 참여하시면서 사회자로 역량을 발휘하고 계십니다. 2년전 아깝다 학원비 출판기념회 준비를 같이 할 때, 역량을 충분히 발휘 못하여 아쉬웠던 참에, 이번 문화제를 위해서는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매주 금요일마다 문화기획자로 또 사회자로 참여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를 따라 거리서명에 나오기도 했던 중학생 유진이는 이번 문화제를 위해 노래 개사를 하기도 했고, 선생님과 중학생 딸 유진이의 생일이 모두 9월인데 어느 때보다도 의미있게 9월을 보내고 계시다구요...



예능팀의 탄생은 이러했습니다. 경쾌하고 재미있는 <선행교육 이제그만!> 주제가가 만들어지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냥 노래만 부를 순 없다, 율동이 더해지면 시민들이 더 즐겁게 함께 하겠다, 안무는 누군가 만들어줄텐데 누가 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에 채송아 선생님의 동생이 하룻만에 훌륭한 안무를 짜주셨고, 회원들로 팀을 꾸려볼까도 생각했지만, 워낙 경쾌하고 발랄한 곡이라 비교적(!) 젊은 상근간사들에게 공이 넘어왔습니다. 연구소는 연구소대로, 사무국은 사무국대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 문화제를 앞두고 매일 한시간씩 연습을 하게 되었고, 각자 무대울렁증을 극복하느라 진땀빼가며 율동을 익혔습니다. (아, 이제와 떠올려보니 눈물이 맺히네요...)



그래서 완성된 율동을 익히고 매주 문화제에 섰지만, 사람들과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다음 율동을 까먹게 되고 쑥쓰러워서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예능팀에게 가장 큰 위로가 있다면, '우리는 매주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 ^^ 부족한 율동이지만 즐겁게 봐주시는 시민들 덕분에 문화제의 대표 예능팀으로 점점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능팀과 훌륭한 사회가 있어 즐겁지만, 무엇보다도 문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는 눈물어린 성찰과 고백의 시간이었습니다. 충북 음성에서 바쁜 농사일 제쳐놓고 달려와 글을 낭독해주신 남용식 선생님... 남용식 선생님의 고백은 뼈아픈 성찰에서 나온 글이었습니다. 순서가 다가오기 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던 선생님은 차분하게, 한마디 한마디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으로 우리 모두를 고개 숙이게 했습니다.



“내 자식이 못나 보이고 울상을 짓고 있어서 화가 난다면, 아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혹시 내 삶이 힘에 버겁고 불만으로 차 있는 건 아닌지... 자식이 내 거울이더라구요. 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자식 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너는 나처럼 살면 안돼” 그러니 주입식, 암기식 공부라도 잘해서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며 내 자식만의 계층상승이라는 덫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지요.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그 신기루에 빠져 우리는 뜨거운 사막을 건너고 있지는 않은지요. 때가 되면 꽃이 피는 것을 의심하지 않듯이 내 자식을 하느님처럼 믿어 의심치 않을 때, 내가 자유로워지고 아이들도 행복하고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은 지천명의 나이에 큰 축복입니다.“ 두고두고 새겨볼 고백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문화제는 대학생들과 가족단위 참여자들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송인수 대표님의 강의를 듣고 문화제에까지 오기도 했고, 이종혁 간사님의 후배들이 대거(!) 오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아버지와도 같은 분의 고백을 들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진지하게 듣고 있는 학생들의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열성적으로 함께해주시는 지역등대모임원들! 세 번째 문화제에는 종로 모임과 중랑 모임, 강남 모임에서 참석해주셨습니다. (강남 모임의 단체 사진이 빠졌네요. 단체 사진이 빠졌으니, 다음 문화제에 한번더 오셔서 인증샷을 남기셔야 해요~! 한번 더 오실거죠?^^) 이렇게 다른 일 마다하고 함께 해주셔서 문화제가 든든하게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답니다.



지금, 광화문 광장에서는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습니다. 아직은 소수의 행사이고 무관심한 시민들이 모인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싹'이 이곳에서 분명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이상 아이들을 고통스런 상황에 방치해 두지 않겠다는 성찰과 고백만큼 '강력한 변화의 동력'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 진실을 믿습니다. 더이상 어두운 문화는 견딜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자기의 자리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밝게 웃으며 이 시간들을 고맙게 추억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문화제를 통해 구체적인 목표로서 '선행교육 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되고 그 곁을 지키는 단단한 시민들이 결집될 것입니다.
네번째 문화제는 이번주 금요일(9월 28일) 저녁 7시에 변함없이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립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문화제를 하는 것이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도록, 우리의 뜨거운 요구가 식어지지 않도록 문화제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주 문화제에도 우리 아이들 앞에서 성찰과 고백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함께 부르는 노래와 부모의 다짐 등을 외치며 광화문 앞에서 시민들과 모일 것입니다. 아직 문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은 이번 금요일에 광화문으로 나오셔서 추석 연휴를 맞아 아이들과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 행 사 : 『선행 교육 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민문화제』
■ 주 관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일 시 : 9월 28일(4번째) 금요일 7시 (10월 말까지 매주 금요일, 잠정 예정)
■ 장 소 : 광화문 사거리 동화 면세점 앞
■ 주요 프로그램 : △선행교육금지법 제정 운동 경과 보고와 운동 계획 발표 △성찰과 고백의 글 낭독 △입시 고통 없는 세상을 위한 부모의 다짐 △주제가 부르기 및 공연 △가족 발표 등
■ 참여 방법
△ 당일 행사에 함께 참석하기
△ 시민 발언,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발표, 가족 행사 발표 등
■ 문의 : 정지현 간사(010-2875-4318), 이종혁 간사(010-8948-8350)

※아래 배너를 눌러주셔서 행사 참여 여부를 알려 주시면, 저희들이 행사의 규모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참여하실 때는 가족 및 이웃들과 함께 참여해 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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