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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회원의 이야기

헛되고 헛된 우리 아이의 사교육 (2)

지금 고3인 우리 아들의 중학교 2학년 때 학원 다닌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게는 쓰라린 기억이지만 혹 "이렇게 하면 안되겠구나."하는 교훈을 얻을실까 싶어 올립니다........


◎중학교 2학년(2004년)


1. F 학원 : 영어 수학 과학 / 2004.1월-9월 / 월 26만원 /

   겨울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다음 학년의 성적이 좌우된다고 하도 엄포들을 놓아서, 고민하며 다닐 학원을 찾아 봤는데 우리 아들 학교친구의 아버지가 운영한다고 아들이 다니겠다고 해서 보냈던 학원인데 아주 작은 학원이었어요. 어중간한 학원보다는 선생님이 혼자 운영하고 가르치는 학원이 아이들 파악하고 관리하는 면에서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선생님이 잘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아이들을 잘 다루었던 것만은 분명했어요. 아들은 학원 끝나고 아파트 단지를 돌며 학원 광고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선생님이 만 원 주셨다고 황송해하곤 했지요.( 학원에 26만원을 낸 제겐 절대로 고마워하지도 않으면서요......) 이 당시 같이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녀서 염려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우리 아들 학창 시절 중 제일 행복했던 때였습니다. 사실 이 때 1학기 기말고사에서 우리 아들 역사상 (고3 현재까지 포함해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게 됩니다. 89점~! 그러나 5등 안에 들면 상으로 핸드폰을 사주겠다는 아빠의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학원 선생님의 탁월한 가르침 덕분이라기보다는 같이 학원 다니던 친구들의 따뜻한 우정의 협조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경고- 절대로 성적에 상을 걸지 마세요. 부작용의 우려가 있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이 학원은 평균 이상이었습니다.


2. P 어학원 : 영어 회화 및 문법 / 7월-10월 / 월 50만원 → 23만원 /

    또다시 여름방학이 왔고...... 이구동성으로 중3이 되기 전에 영어 한 과목이라도 마스터를 해야 한다기에 또다시 다른 직장 동료 선생님이 추천해준 어학원에 갔습니다. 으레 그러하듯 레벨 테스트를 했고 으레 그러했듯(!) 초급반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방학 특별반이기에 일주일에 5일을 나가야 했고 거기에 걸맞게 수강료도 특별하게(!) 50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우리 아들에게는 그 특별함이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겨우 방학을 보내고 나서 10월까지 일주일에 3번, 23만원에 다니다가 아들과 제가 ‘유익이 없음’에 의견일치를 보고 그만두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까운 우리 돈 100만 원 이상이 또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잠깐....... 제가 고백할 일이 있습니다.

2004년 10월.......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나름’ 즐겁게 지내는 아들에게 “이게 다 너를 위해서다.”라고 설득하며 강북의 대치동이라는 중계동의 ㅂ중학교로 거의 강제로 전학을 시켰습니다.(이 일은 거의 남편이 주도한 일임을 밝힙니다. 저는 마지못해 따랐을 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로서 아들에게 가장 잘 못한 일이고, 가장 부끄러운 일이며, 가장 쓸데없는 일이었을 뿐 아니라, 우리 아들을 몇 년 동안 힘들게 만든 최악의 결정이었음을 고백합니다.......

3. ㄴ학원 : 수학 / 11월 -12월 / 13만원 /

  중계동에 와서 보니 학원들의 위세는 역시 대단했습니다. 과외는 혼자하면 40만원이고, 둘이 하면 25만원씩 50만원이고 중계동에서 수학으로 유명한 ㅅ학원은 4명이 주 2회하면 2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10명~20명이 배우고 주 2회 10만 원 정도라는 이 학원에 찾아 갔습니다. 전형료를 만원이나 내고 시험 보고 반을 결정 했는데 시끌시끌한 학원 복도에 있는 모니터에는 각 교실마다 설치된 CCTV로 아이들의 모습이 다 보였습니다. 안에서 힘겹게 시험을 보는 아이들이나 밖에서 목을 길게 빼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엄마들이나 모두 참 처량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아들은 묵묵히 테스트를 받았고, 역시 기초를 탄탄하게 쌓을 수 있는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두 달 다니다가 너무 다니기 싫어해서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잠깐....... 다니려 했으나 다니지 못한 학원 몇 군데를 소개하겠습니다.


○ 중계동에서 아주 유명한 ㅌ학원과  ㅅ학원에 다니려고 상담을 했는데 특히 과고, 외고에 많이 진학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ㅌ학원은 학교 평균이 90점 이상이 되는 성적표가 있어야 등록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때는 89점짜리 성적표가 있었기에 매우 아쉬워했는데 그 때 제 이야기를 들은 한 절친한 직장동료가 나를 나무라며 엄마가 아들을 위해서 그까짓 성적표도 하나 고쳐주지도 못하냐고, 자신이 직접 90점으로 고쳐주겠다고 해서 놀라워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학원을 다닐 수는 없어서 포기했었습니다.


○ 또 강남에만 있던 유명 ㅊ어학원이 중계동에 새로 문을 열 때였습니다. 전형료가 5천원이었는데 수많은 아이들이 밀려들었으니 전형료 값만으로도 꽤나 돈을 벌었을 겁니다. 불쌍한 우리 아들도 이 시험을 봤습니다. 결과는....... 떨어졌습니다. 실력이 없으면 학원에 다닐 수도 없다는 것을 중계동에 가서 깨달았습니다. 한 달 쯤 뒤에 “대기자 명단에 있었는데 이제 자리가 났으니 등록하라.”는 학원의 전화를 받았지만 이미 아들도 저도 의욕도 사라지고 상처만 남아 있을 때라 등록하지는 않았습니다. 휴우.......


 일단 이렇게 2004년도가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제가 무슨 치맛바람 날리며 사교육 앞장 섰던 것 같은데 사실은 남들 이야기 들으며 불안해서 조금씩 따라가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아들을 괴롭힌 제 잘못이 분명하게 보이네요. 정말 부끄럽고  후회가 됩니다.


 그러나...... 잘못된 저의 판단과 선택은 중학교 3학년 때에도 계속됩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님께서 카페에 올려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