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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등대지기학교

사교육을 '때려치우는' 결정 앞에서

 

  본 내용은 2009년 제3기 등대지기학교 수강생이 제2강 '영어교육 쓰나미에서 살아남기'(강사: 이병민)를 듣고 작성한 소감문 입니다.

 

 

사교육 '때려치우는' 결정 앞에

18조 김미숙(호호아지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저와 제 아이의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큰 놈이 초등 6학년입니다.

그야말로 저는 대한민국 영어 쓰나미 현장에서 남들이 하는 짓(?) 다 해봤지요.

 

1) 영어 유치원 2년 - 강남까지 유명세 타는 학원 보냈습니다.

엄마의 심적 상태: 비싼 학원 보낸다는 허영심과 무비판적 편승에 따 른 대책없는 편안함

2) 초등 저학년 - 외국유학파 많은 학원 골라 보내기

엄마의 심적 상태: 나름 ‘원어민에 가까운 아이’가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팽배...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심적 불안

(나중에 알았지만  한국식 교육에 비해 뒤처지거든요..시험 점수 잘 안 나옵니당..)

3)초등 중학년 - 결국 한국식 스파르타식 점수 내기 학원 보내기

엄마의 심적 상태: 남들만큼 했는데도 (그 놈의 욕심 때문에) 소위 요즘 말하는 “영재”스럽지 못한 내 자식보며 내 자신 한탄하기.

다니라고 해서 다니기만 했던 착한 아들 놈 탓하기.. 제대로(?) 찾은 번지수가 아닐지 모른다는 압박 모드 돌입

4) 초등 고학년(현재) - 압박모드 돌입을 사교육 강화로 억세게 이겨낼 것인가? 아니면 압박감 이면에 있는 내가 가진 기대감과 욕심을 버릴것인가?...

그야말로 선택의 기로에 서기...

 

결국 어떻게 했을까요? ...

저는 몇날 며칠...이불 뒤집어쓰고 땅바닥 기는 심적 고통을 치른 후에 그 만큼 컸던 내가 가진 욕심과 기대를 버리기로 .마음먹게 되었어요..

이 결정을 하기 전, 이런 고통(?)을 치러낸 데는 몇 가지 당연한 이유들이 충분히 있었습니다.(합리화입니다 ㅠ.ㅠ)

 

일단, 저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랐고, 때문에 학벌과 지연 중심의 인맥이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본의 아니게 판가름 당하는 엄연한 현실을 몸소 습득하게 되었구요...

둘째,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그게 당연하다고 믿으며 제가 가진 삶의 가치를 제대로 돌아보고 따질 만한 배경적 준비가 덜 되어 있었지요.

셋째, 그 핑계로 안일하게 살았는데, 문제는 앞으로 살 날이 더 많고 그것을 책임져야 하는 장본인은 제가 아닌 아들놈들이라는 또 하나의 명백한 순리적 명제였다는 겁니다.

넷째, 그렇다면 나(부모)는 과연 무엇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남겨주어야 할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전해주어야 할 것이가?...그 문제인데...

 

여기서 솔직히 눈 앞이 깜깜해지고 방법이 모호한게, 이 가혹한 현실을 감당도 못 할 것 같은 무력감 같은 것마저 저를 억누르면서...그야말로 제 자신이 너무도 무능력한 부모가 되는 것 같은 허탈감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살라고 그랬는지...그 허탈감을 되 짚어보니...그 밑바닥에는 여전히 수 십년간의 교육의 힘을 빌어 그나마 이 만큼이라도 부모 노릇하게 살고 있는 제 자신이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함정...일명 ‘안주하기’삶에 나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내 맡기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말로는 잘 합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성적보다는 성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느니..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느니...

누군가 그랬다죠?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구요...

물론 저도 예외가 아니지요..(유치원 못 다닌 관계로 굳이 초등학교라고도 말하고 싶어지네요..)

그렇게 이미 다 배운 것을 수 십년 동안 알면서 제대로 써 먹지(?)를 못하고 갈팡대는 이유...그거 딱 한가지 밖에 없더라구요..

 

아이의 삶보다 앞서 내 세우는 부모인 내가 가진 욕심과 기대...

(그 이전에 더 심층적 이유를 거론 하자면..어쩌면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원죄’이겠죠...)

그렇게 밑바닥에 짙게 깔려 있어 어느 것을 우선에 두어야 할 지를 두고 방 바닥을 기는 고통을 치르고야 마는,

예전에 제가 받았던 교육의 한계가 도대체 무엇이었길래..(아니면 제 자신 개인적인 역량부족일수도...)

어쨌든 그 한계가 떠 넘겼던 책임이 고스란히 사회적 병폐가 되어, 오늘날의 부모의 책임에 필요 이상의 부담으로 이렇게 ‘아이가 대학 가는 것을 책임지는’ 형태로 남아...

마치 아이 대신 그의 인생을 살아 줄 수 있을  것 같은 열정과 노력으로 ‘아이 뒷바라지' 하며 살기로 작정(?)하는 게 옳다고 느껴질 만큼...그런 책임으로 그렇게 우리 부모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더라는 겁니다.

 

그 어깨의 짓눌림을 이제는 더 이상 당하기 싫었지만...막상 그것을 싫다! 라고 외치고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더군요..정말이지 이때만큼은 수십년 몸에 밴 문화적 습성이 내 인간된 부모 양심마저 압도하는 커다란 ‘힘’을 가진 막강 파워 적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또 절감했습니다요...

 

하지만,, 그 막강 파워 절대 적수처럼 느껴졌던 그 문화적 사회적 습성에 반기를 들 수 있었던 그 양심이란 것이...제 자신이 아닌 제 아들의 미래와 장래를 머릿속에 그리게 되면서..결국 그 막강 파워 적수를 과감히 내 팽개치게 되었지요...

 

이병민 교수님의 강의는 사실...

우리나라 현 영어 교육의 잘못 된 패러다임을 바로 잡기 위한 궁극적 대안으로서 부모 스스로의 결단력과 의지를 고취해야 한다는 의식적 차원에서는 거의 맥을 잘 짚어 주셨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고입이든 대입이든 입시와 관련된 실질적 (사교육 쓰나미를 피해가며 잘 살아남을)맵을 원하는 바가 크셨던 입장에서라면 다소 실망감 또한 클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결국 우리 부모들의 몫이란 결론이니까요..더 안타까운 것은 그것을 결코 아니다라고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하고도 궁극적인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사교육 ‘때려치우는’ 결정을 이미 한 부모로서의 제 자신조차도, 그런 실질적 기대를 또 한편 하고 있었다고 고백하는 게 오히려 양심적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그렇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그런 씁쓸함(현실과 이상에서 오는 실질적 간극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씁쓸함)을 담보로 하더라도...

일단 중요한 것은 제 자신이 아니라 ‘아이들’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 내용 중 이런 면에서 더 다가왔던 부분이 있었다면...

아이들을 ‘인간’의 개념에 앞서 ‘동물’적 개념에 입각해 그 아이들의 제대로 교육 받을 권리를 함부로 침해하지 말자는...어쩌면 굳이 ‘영어’가 아니더라도 원론적으로 모든 교육 그 자체에 적용되어야 할 그 말씀이었습니다.

 

저의 아이에 대한 미흡하고 부족했던 잘못된 이해를 통해 과거 자행 되었던 엄청난 사교육의 부작용으로 초래 된 심리적 타격들이 지금 6학년 아들 놈에게 나타나고 있지요... 시키는 것만 잘 하는...소위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은 학습 태도’라는 실질적 현상으로 말예요.

 

요즘...

큰 아이는 영어 학원 대신에 집에서 책을 많이 봅니다. 영화나 교육 디비디도 보면서 흥미를 점점 더 느껴가구요...나름 아직은 잘 해 나가고 있어요..(아니..그렇게 믿고 있다고 하는 게 차라리 낫겠네요..)

일단 학원을 안 가니 시간이 많이 확보되구요..질적으로 아이의 심적 안정...제대로 느껴집니다.

끝(?)까지 가봐야...그 실과 득을 알 수 있겠지만...전 굳이 무엇을 얻고 잃음에 상관 없이..아이가 정말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태도적 가치...다시 말해 ‘자기 스스로의 동기 부여’에 우선적 가치를 두기로...그렇게 소신껏 마음 먹었습니다.

 

'물'을 구하는 아이를 위해 ‘물가’까지 인도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란 생각이 듭니다. 언제 어떻게 ..그 물을 마실 것이냐는 아이의 몫 인 것 같고요.

아마 저 뿐 아니라 부모라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어떤 물가로 인도하는냐...그것은 아직 어리고 미성숙한 아이들을 위해 이것만큼은 부모가 꼭 해 줘야 할 일이라고..저는..그렇게 생각합니다.

 

영어가 삶의 목적이 아닌 필요에 의한 하나의 선택적 수단으로써 그렇게 사용되어지지 못하고..

“쓰나미”라는 엄청난 재해와도 같은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서버이벌 수단으로써 사용되어지고 배워지도록 만든 이 시대의 교육 현장의 병리를 성토하는 기분으로...

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부모로서의 견해를 소감문을 빌어 올려봅니다.

 

주저리 주저리 긴 글인데..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계시다면..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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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지기학교" 담당 간사

 등대지기학교 뉴스레터지기이자 사무실 막내 유쾌발랄 간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