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삼각지통신]사무실얘기

사교육걱정없는사람들의 전투보고서

 

 

2009년도 사교육걱정없세상의
첫 소식지(창간호)의 내용을 계속 연재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두분 대표님의 권두언 내용




 

 

‘전투 보고서'라고 이해해 주세요


지난 6월 12일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2009 등대지기학교 졸업여행 첫날밤이었습니다. 졸업생들과 함께 준비한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부르던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함께 일할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던 1년 전이 연상되었습니다. 요즘은 꽤 언론과 방송을 통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자주 접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방송을 통해 우리 운동을 알게 된 시민들은 이 운동이 출범 1년 밖에 안된 신생단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랍니다.
2008년 3,4월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이 출범하기 직전, 이곳은 50평의 널찍한 공간에 달랑 1명의 간사만 있는 광야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단체 문패도 없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겠다는 10여 쪽의 설계도는 있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곧 사람들과 사업이 넘칠 것을 대비해서 50평의 널찍한 공간을 구입했습니다. 넓은 공간을 간사룸, 세미나실, 연구실, 공동대표실 등으로 분리했습니다. 그래서 정작 간사 룸은 주인 없는 책상만 6개 있는, 그래요, ‘유령 단체’와 같은 그런 상태로 몇 달간 방치되었습니다.

왜 그리 큰 공간을 얻느냐는 주변 분들의 지적이 있을 때마다, “크다니요, 이 공간도 곧 비좁아집니다. 2년 내에 다른 더 큰 공간으로 이사 갈 것을 고민해야할 것입니다.”라고 호언장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호언장담은 객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입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민간 교육부이니, 그에 걸 맞는 최소한의 규모가 이 정도이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 일은 틀림없이 성공한다”는 확신도 한몫 거들었습니다.

지난 1년 간, 우리는 그 정체성에 맞게 운동하려 힘썼습니다. 이념의 축에서 논쟁하지 않고 통계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발언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정책이 착근되는 프로세스까지 염두에 두려 했습니다. 현실을 알지 못한 채로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 때문에, 사교육 실상을 알기 위해 집요하리만큼 여러 차례 토론회를 했습니다. 여러 차례 토론회를 몸으로 받아내기 지쳐, 신경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일이 팽창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무실은 1년이 안되어, 너무 비좁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8명의 상근자들이 북적이고, 자원 활동가들이 오는 방학은 더 분주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 심화될 것입니다. 사업의 규모가 너무 방대해져 가고 있습니다. 등대지기학교는 한 학기에 5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배출하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토론회와 교양강좌로 늘 허덕입니다. 늘어나는 일을 감당하기에 재정은 아슬아슬합니다. 상황에 맞추어 일할 것인가, 일이 늘어나는 대로 거기에 우리를 맞출 것인가 고민할 때마다, 우리는 일에 우리를 맞추자고 결심했습니다. 단체의 규모를 키워 자랑하고 즐기려는 마음을 경계해야하겠지요. 하지만, 힘에 지나도록 지금 우리가 일에 매달리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입시사교육으로 인해 아이들과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누구는 김일성, 김정일을 신성시하는 북한만큼이나, 남한 땅도 입시를 신으로 숭배하는 사회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이게, 정상적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300만원의 월급 중에서 200만원을 자녀 교육비로 쓴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 최하 극빈층이면서 학원은 보낸다는 분들의 이야기, 방학 때조차 마음 편히 놀지 못하고 공부에 짓눌려 살아가는 불행한 이 땅의 아이들의 문제는, 우리를 결코 안일하게 머물지 못하게 합니다. 힘에 겹게 일했는데, 지금 입시 사교육 문제의 실태를 온전히 파악도 못한 상태입니다. 이제 겨우 함께 일할 사람들 몇 백을 규합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소식지는 그간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너무도 분주해 회원들께 행사를 알리고 소통하는 일은 이메일로 그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회원들을 생각해 보니,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 그리고 스팸 수준으로 쏟아지는 메일을 가끔씩은 소식지 형태로 분류해 드려야하겠다는 마음 때문에, 계간지 형태의 소식지를 내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꽤 당분간 소식지를 매달 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간사들 4명이 힘에 겹게 일하는데, 여기에 소식지 편집 부담까지 얹혀지면 안 될 것 같아서요. 편집을 고급스럽게 할 수도 없고, 그냥 내부에서 감당할 수준으로 제작했습니다.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은 최소화시키고, 까페니 보도자료니 편지니, 있는 글을 모아서 분류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소식지 만드는 데 시간을 소모하기 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더 역량을 쏟는 것, 그것은 아마 선생님의 바램일 것입니다. 그 요청을 배반하고, 포장하고 부풀려 그럴싸하게 보이는 일에 매달린다면 그것은 일을 위임받은 사람의 바른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그때가 오면, ‘쇠락하는 조직의 일반적 특징’(파킨슨 법칙)을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거친다 생각하셔서, 일하는 사람들을 꾸짖어 주십시오.

선생님. 비록 부족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그런 관용의 마음으로 이 소식지를 받아주세요. 투박한 편집 형태이지만 그 글속에 담긴 내용만큼은 입시사교육으로 포로 잡힌 땅에서 우리 아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 아니 우리 모두가 삶을 다해 싸우는 ‘전투 보고서’라고 이해해 주시고 읽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news_2823_2.jpg











  사진제공:희망제작소
  2009. 8. 10.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올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 자원봉사자민들레친구.jpg

 두 아이들의 엄마로서 진정한 교육을 고민하고 삶으로 살아내는 부모이고 싶습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