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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학교 뉴스레터 ⑦ 강의스케치 - '변화라는 것은 매우 더디게 오지만 반드시 올 것이다...'

[등대학교 뉴스레터 ] 강의스케치


'변화라는 것은 매우 더디게 오지만 반드시 올 것이다...'


- 닉네임 '후엠아이' 님


 

숨 막히게 뜨거웠던 8월을 보내고, 드디어 맞이한 9월의 첫 날을 기억한다. 30도를 웃도는 한낮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저녁나절 슬그머니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분명 가을이었다. 일곱 번의 만남을 약속해 두었기에 더 기다려졌던 가을. 두 달여의 강의가 진행 되는 동안 무르익어 가는 계절의 변화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등대지기학교는 더 매력적이다. 그렇게 한 주...한 주... 보고 듣고 느끼며 함께 길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고, 매주 각기 다른 만남 안에 결국 한 뜻이 있는 놀라운 경험도 하면서, 우리는 어느새 마지막 강의에 도착했다. 


등대지기학교 마지막 강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가 강사로 서는데, 두 분의 공동대표 중에서 올해는 ‘학부모 교육운동 20년의 산 증인이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시작한 교육 운동가이며, 날카롭고 비범한 정책 분석력에 소녀 같은 순수함이 묘하게 어우러진 분’이라 소개되는 윤지희 대표가 강의를 맡았다. 그녀는 강의자로서 매우 오랜만에 서는 자리라 혹여 능숙하지 못하더라도 내용에 공감해 달라 부탁하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강의가 진행 될수록 그것은 불필요한 염려임이 드러난다. ‘단체를 만든 이유, 운동전략 및 특징, 성과, 앞으로 얻을 열매’ 그리고 본인이 강사로 선 가장 중요한 이유라 했던 ‘후원요청’을 진행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초지일관 힘이 있고 당당했다. 강의란 화려한 말기술이 아니라 전하는 이의 삶으로 채워져야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윤지희 대표의 강의는 충분히 훌륭했다.


좋은교사 운동을 하던 ‘송인수’ 대표, 참교육학부모회에서 교육운동을 하던 ‘윤지희’대표는 2008년 6월 12일,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 “아이들의 생명을 무수히 앗아가는 교육 현실을 수십 년이 지나도록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니, 아이들의 생명과 행복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을 지켜야겠다!” 는 이유로 교육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깃발을 세우기 전까지 그 일은 어느 대통령도, 어느 교육부장관도, 어느 교육 전문가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또 그들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란 성적비관으로 죽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는 세상, 불필요한 입시 사교육비를 단 1만원도 지출하지 않는 세상이라 정의하고, 입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민간교육부로서의 위치를 결정한다. 더 나아가 2022년, 대한민국에서 입시 사교육은 사라집니다! 라는 구호를 만천하에 알리는 일을 벌이는데... 맙소사! 기한을 정하다니! 지금이라도 없던 일로 하고 싶을 정도로 두 대표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는 그 날까지 이제 겨우 7년 남았다. 겨우 7년이라 함은 제도와 의식(삶)의 변화 속도가 매우 더디기 때문이며, 여전히 아군보다는 적군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듯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해내기 위해 우리 부모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 것이고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면 올 것이며, 올 수 없다고 체념하고 포기하고 좌절하면 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주관적인 것이지 결코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현실이 아닙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는 반복되는 나약함과 혼자라는 외로움에 주저앉아 있거나 아니면 이미 어디론가 힘없이 떠내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아무것도 변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우리에게, 윤지희 대표는 변화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를 한다. “변화라는 것은 매우 더디게 오지만 반드시 올 것이며 그 더딘 변화도 수많은 사람의 땀과 인내와 눈물이 모아져 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안 올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흘러보면 매우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싶지만 언젠가 분명히 그것이 당연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래, 다시 생각해보면 변한 것이 많다. 어느새 많은 이들이 과도한 선행학습은 법으로 막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학교 내에서 성적향상 목적으로 신체에 가해지는 체벌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또 대한민국 수학교과 과정이 불필요하게 어렵다는 것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되었고, 가장 최근엔 그릇된 영어교육을 멈추기 위한 수능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분명 단체가 시작되던 7년 전엔 구체적인 꿈도 꾸기 어렵던 일이었다. 다시 7년 후,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성적비관 청소년의 자살소식을 여전히 적자생존의 논리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이제는 나의 문제로 받아들일 것인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란 단체는 말한다. 힘 없는 우리가 등대입니다. 당신이 세상의 빛입니다. 처음에는  이 말이 위로라고 생각했다. 지쳐 쓰러져 있는 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따뜻한 눈길로 건네는 그런 격려 같은... 그러나 일곱 번의 강의가 모두 끝난 지금은, 마치 북소리가 울리는 출정식에서 도열한 군인들에게 누군가가 강력하게 외치는 도전의 메시지처럼 들린다.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빛이 바로 너에게 있으니 그 빛을 잃지 말고 어두운 곳을 환하게 밝혀라!” 이 변화의 이유가 지금의 상황을 전쟁터로 자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좀 더 맞설 준비가 되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작은 일에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중용」)는 말처럼, 마음을 울리는 작은 소리에 좀 더 정성을 다해 반응하려 한다. 자, 당신은 어떠한가? 2022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가? 믿어라! 그 빛은 꿈꾸며 꿈틀대는 등대, 바로 당신으로부터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