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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대안연구소/[기타]보도자료

[칼럼보도] 최수일: 수학계의 뜨거운 두 논쟁, 재미와 학습량 관계...(+기사원문)

■ 수포자 문제 해결을 위한 재미와 학습량 관계에 대한 이슈칼럼 보도자료(2015. 09. 18.)


 


아래 칼럼은 수학포기자(수포자) 문제점과 관련해 우리 단체가 주장하는 바를 동아사이언스 9월 16일자 뉴스레터에 본 단체 수학사교육포럼 최수일 대표가 기고한 내용입니다.



 




수학을 제대로 가르치자

최수일(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수학동아는 수학교육 대논쟁 기획 기사를 통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수학 학습량을 줄이고 쉽게 가르쳐야 수학에 대한 흥미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단체가 낸 보도 자료나 토론 자료 등의 전문을 정확하고 자세히 읽지 않고 전후의 기본적인 인과 관계를 다 잘라낸 주장이다.


그리고 우리 단체가 2015년 5월 28일 연구·발표한 세계 6개국의 교육과정을 비교·분석한 조사 결과가 “단순히 항목 수만 가지고 비교한 맹점이 있다”, “국가마다 과목과 대단원, 소단원을 다르게 분류한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했고, 같은 소단원이라도 배우는 양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연구보고서를 정확히 읽지 않은 주장이자 연구진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우리 단체는 1년 반 동안 33명의 연구진과 함께 6개국의 초중고 교과서 및 참고 자료를 세계 각국의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수집·번역해 세세한 내용을 일일이 비교·분석한 것을 정리하여 발표했다. 정부나 책임 있는 국가 기관이 해야 할 일을 민간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돈을 모금하고 자발적인 인력을 모집해 추진한 것에 대해 수학동아는 언론사로서 정부나 국가 기관에 본격적인 연구를 촉구해야 했으며, 수학계는 연구 태만과 무관심을 반성했어야 할 일이다. 우리 단체를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비난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수학자는 “수학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양과 난이도가 아니라 학생들이 수학의 재미와 유용성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교육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연한 말씀이다. 인정한다. 그런데 수학의 재미와 유용성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양의 축소에 대한 지나친 반응을 하는 것은 왜일까? 수학의 재미와 유용성을 가르치려는데 가르칠 내용이 너무 많아 그것을 가르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우선순위는 내용을 줄이는 것이라는 게 우리 주장의 핵심이다.


수학을 수학답게 가르치려면 한 가지를 가르치더라도 제대로 깊이 있게 가르쳐야 한다.‘깊이는 얕고, 폭은 넓은(An inch deep, a mile wide)’ 교육, 즉 공식과 문제풀이 위주의 암기식 수학 수업은 우리 교육의 지속적인 문제점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극복하고 창의적 융합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내용 선정과 조직에 있어서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정말 중요한 소수의 핵심 내용과 고차적 사고 기능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학교육에서는 수학 지식보다는 수학에서 강점으로 내세우는 고차적 사고 기능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양이 많아서 대충 주입식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운운하는 것은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다. 상위권 대학에 있는 교수들은 수학을 주입식으로 가르쳐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1등부터 꼴등까지 골고루 이질 집단으로 섞여 있는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주입식 교육이 통하지 않는다. 자기주도 학습이나 토론 수업, 조작·체험·탐구활동 중심으로 교실 수업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주입식 수업 방식보다 현재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암기 위주의 과도한 사교육을 줄이려면 과정과 활동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수학자도 “논리 전개 과정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해결할 수 있고, 단순히 유형을 암기해서는 풀 수 없는 서술형 문제 위주의 평가로 가야 수학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두 맞는 소리지만 왜 이런 소리를 하면서 우리 단체가 그것을 위해 내용 요소를 줄여야 한다는 말에는 반발하는지 모르겠다.


정리하자면, 수학 성취도는 국제적인 비교평가에서 나오는 점수와 일치할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 점수는 세계 최상이지만, 이 점수가 성취도가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수학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적 심리, 그리고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에서 나오는 점수를 성취도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하나를 가르쳐도 깊이 있게, 그리고 토론을 통하여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잘 키울 수 있는 수학교육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수학자들 중 수학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 수업 현장을 다녀본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수학교육에 큰 관심이 없는 대학 교수들이 보통의 시민을 길러내는 초·중·고 수학교육에 대해서 이렇게 주장해도 되는가? 아이들의 고통이나 스트레스, 그리고 그로 인한 불상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가?


수학을 쉽게 만들면 사교육이 없어질 거라고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사교육이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대책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단체가 내세우는 이런 대책은 단순히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사교육이 없는 세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에 대한 걱정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사교육의 본래 존재 이유는 공교육의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잘못된 사교육이 성행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가르친 교사가 평가한 것을 무시하는 표준화된 시험 중시 현상이다. 개별 교사의 특성에 맞는 평가가 아닌 표준화된 시험은 공교육의 수업을 무력화시킨다. 우리 학교 선생님이 아닌 누구한테라도 배울 수가 있고, 시험 외에도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학교 교육으로서는 전문 학원의 교육을 이기기 어렵다. 그러므로 괜찮은 나라일수록 상급학교 진학에서 표준화된 시험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르친 교사가 평가한 결과는 싹 무시하고 수능 점수 등의 영향력이 너무 절대적이다.


금년에 발표된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에서 수업에서의 과정평가나 수행평가의 중요함을 역설한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이른바 교사별 평가, 즉 자기가 가르친 아이들만 평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으며, 그런 평가는 전문 학원에서 대비가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별로다. 그것은 현재 교사들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고, 오히려 전문성에 대한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학교 교사의 평가권에 대하여 그 자율성을 헤칠 수 없는 법률을 만들어 보호를 하면서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선진국처럼 교사들의 평가 결과를 인정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수학 문제가 쉬워지면 ‘실수 안 하기’ 훈련을 반복하는 사교육이 오히려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수학이 쉬워지면 일단 중학교 이하의 선행 사교육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지금 사교육의 최정점은 중학생들이 고등학교 수학 선행학습이다. 이것이 비정상이기 때문에 당장 줄여야 하며, 쉬워지는 수학 시험에 대한 영향력 또한 줄여야 한다. 평가가 곧 시험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이제부터는 공교육의 수업 자체가 평가가 되어야 한다. 즉, 과정평가가 강화되면서 대입에서 학생부 전형이 늘어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앞으로 각종 시험 점수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들 것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2015. 9. 18.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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