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가르며 달려간 곳... 



10월 21일 새벽 6시, 송인수, 정지현, 송화원은 서울 대방역 앞에서 비밀스런 접선을 했다. 이들은 어둠 속에서 말 없이 인사를 나누고, 각자 들고 온 묵직한 가방을 까만 승용차에 싣고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비까지 내리는 거리는 적막했고, 차는 조용히 서울을 빠져나갔다. 차는 한참을 달려 전주에 도착했다. 전주에서 이들을 맞이한 것은... 



소설의 한 장면처럼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을 정도로, 전국 순회를 다녔던 2개월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대한민국 학교 이야기는 상상 그 이상으로, 추리극 같기도 하고 공포 영화 같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 절규하는 아이들... 





나는 내가 배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능 시험을 보면 돼지처럼 등급이 매겨지고 점수가 내려가면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부른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어느 온라인 게시판에 한 학생이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가슴이 미어지게 아픈 이유는, 지금 현재 우리 아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월호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학교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아이들은 어떤 고통 속에 있는 걸까요? 


문제를 다 푼 순서대로, 또는 점수 순서대로 급식을 먹게 해서 수치스러웠어요. 밥 먹는 시간에도 선생님과 친구들 눈치를 봐야 해요. 


내가 공부를 못하면, 우리 엄마는 선생님께 불려가 학원 권유를 받아요. 그럼 엄마는 화가 나서 저한테 화풀이를 해요.


학교 운영위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엄마들만 모여 있어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나가는 경시대회나 시상식이 있는데, 보통 아이들은 알지도 못해요...


중학교 배치고사를 쳤는데, 배우지 않은 내용이 나와 당황했어요. 그런데 입학식 때 학교 입구에 성적이 모두 걸려 있었어요. 오가는 사람마다 우리 성적을 다 봤을거 아니에요?! 


학교에서 초청한 어느 학원의 원장은 우리들을 ‘돌고래 아이큐’라고 말하며 엄마들에게 겁을 줬대요. 공부 못하면 돌고래에요??


전교 30등까지의 친구들은 카페트가 깔려있고 정수기가 있는, 여름에는 에어컨도 틀어주는 곳에서 공부를 해요.


집이 멀어도 성적이 낮아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어서 먼 길을 통학해요. 기숙사에 들어간 친구들은 우쭐해하는데 부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밤낮, 주말도 없이 기숙사에서 나오지 못하고 공부만 해요.


우리 학교 기숙사 방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요. 하루종일 감시받아요. 그런데도 이 기숙사를 들어오려고 엄마들 사이에 경쟁이 대단해요.


옆 반에 출입했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 물장난을 쳤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고발을 당해 벌점을 받았어요. 저를 고발한 친구는 상점을 받았겠죠? 


제주 시내 인문계 학교가 아니면, 교복 입고 다니기도 부끄러워요. 학교 교문을 나서면 평상복으로 갈아입어요. 이유없이 차별 받을 때가 많아요...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학교 이름 때문에 어른들로부터 눈치를 봐야 하죠? 



<줄 세우기 교육, 시민이 바꾼다> 운동이 아이들의 고통받는 현장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맞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들과 부모들은 훨씬 더 큰 고통 속에 처해있다는 것을 전국 순회를 하며 확인했습니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입시 경쟁이 얼마나 극으로 치닫고 있는지, 얼마나 비교육적이며 비인격적인지, 심지어 불법과 인권침해까지 자행하는 학교를 보며,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어른들이다!’라고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모들, 제발 정신 차립시다!! 


실제 지역순회를 돌고 난 후, 제보가 들어온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서 학교 책임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교감 선생님은 이런 고충도 털어놓았습니다.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아 서울대 보내고 특강 시켜주는거요? 그거 저희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문회에서 그걸 요구하고 부모들이 좋아해요.


서운해하는 교사도 있었습니다. 

교사들도 아이들 공부시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요. 우리도 주말마다 나오는거 참 힘들어요. 그런데 부모들이 입시 공부 많이 시켜주는걸 좋아하니까... 저희도 고민이 많고 힘들어요.


지역순회에서 만난 한 교사도 고민에 빠져있었습니다. 

경쟁보다 협동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더니, 학부모들이 저를 입시 준비 못하는 교사로 생각해요. 아이들은 즐거워하는데 부모들은 불안해해요.


이런 학교 교사들의 반응을 듣다보니, 결국 학교를 나쁘게 만드는 것도, 학교를 변화시키는 것도 부모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를 나쁘게 만들어가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더 커서 문제이죠... 줄 세우기 없는 학교를 만들고 싶은 부모들, 아이들에게 입시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부모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이 속히 오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할 시대가 왔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아픈데, 교사도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이제 부모들이 나서서 바른 목소리를 내고 아이들의 고통을 헤아려야겠습니다. 


부모님들께 이런 당부 드리고 싶어요. 


제발 정신 차리세요! 내 아이만 보지 말고,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한번 보세요... 1등도 괴롭고 꼴찌도 괴로운 학교, 아무도 행복해하지 않는 학교. 이대로 두실거에요? 







그래도 희망은 있다! 좋은 학교도 찾아주세요~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고 기대해야 할까요? 학교마다 공문을 보내며 긴장하고 조심스러워하는 학교의 반응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시정하겠다고 응답해올 땐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하고, 관성과 관행을 따르던 학교가 외부의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이고 시정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학교 내 자정능력이 없다면, 이렇게 외부에서 목소리를 듣고서라도 시정해갈 수 있도록 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철학을 실천하며 바른 교육을 하고 싶어하는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들의 응원이고 지지라는 생각이 더 분명해졌습니다. 학교 안에 숨어있는 훌륭한 교사들이 힘을 얻어 학교의 변화를 위해 일하실 수 있도록 우리는 그 분들이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나쁜 것만 밝혀내지 말고, 좋은 선생님, 좋은 학교 사례도 알려주세요!


드러내놓고 자랑하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행복한 학교 생활을 선사하고, 부모를 경쟁의 고통으로 내몰지 않는 학교와 교사들을 내년부터 찾아나서려고 합니다. 곳곳에 숨어 계시는 좋은 선생님들, 학교를 찾아 저희에게 알려주세요!^^ 좋은 사례를 널리 확산되고,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알리겠습니다! 




2015년, <시민이 교육감이다> 본격적인 행진을 시작합니다 


제 아이는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라 지금 당장의 고통은 없지만, 고등학교 이야기를 들어보니 앞이 캄캄합니다. 지금부터 이 운동을 열심히 해서 우리 지역 학교를 바꿔야겠어요. 제 아이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제가 열심히 나서는 수밖에 없네요...


대구에서 만난 한 회원의 출사표입니다. 


<줄 세우기 교육, 시민이 바꾼다> 운동은 10월 1일부터 시작해 이제 4개월여를 지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더 본격적으로 학교와 교육청의 변화를 요구할 계획입니다. 나쁜 관행을 찾아내서 바꾸는 일 뿐만 아니라 좋은 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알릴 것이고, 교육청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만족도 조사를 통해 교육청에 시민들의 요구를 알릴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시민들이 참여해주셔서 가능한 일입니다. 학교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입니다. 교육감, 장학사보다 학교의 변화를 가장 열망하는 사람들도 학생과 교사, 학부모입니다. 그러니, 이 운동의 성패는 시민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10월 21일, 전주를 시작으로 광주 ▷ 마산,창원 ▷ 울산 ▷ 부산 ▷ 대구 ▷ 안동 ▷ 대전 ▷ ▷ 경기 성남 ▷ 경기 수원 ▷ 경기 부천 ▷ 인천 ▷ 춘천 ▷ 서울 강서 ▷ 서울 동작 ▷ 서울 강남 ▷ 서울 중랑 ▷ 제주 ▷ 경기 남양주 ▷ 청주 ▷ 경기 안양 ▷ 경기 고양까지 22개 도시를 순회하고, 12월 중순에서야 <줄 세우기 교육, 시민이 바꾼다> 운동의 대장정을 일단 마무리합니다. 


조만간 2015년 학교의 변화를 위한 청사진을 들고 다시 만나겠습니다! 지역 순회에 함께 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보로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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