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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특강 뉴스레터 ] 강의스케치 - '사춘기, 세상에 온지 15년 즈음에 맞는 일대 변혁기...'

[불쑥 찾아온 사춘기] 뉴스레터 (2)

 

 '사춘기, 세상에 온지 15년 즈음에 맞는 일대 변혁기...'


- 닉네임 '인간수업중'님

 

 

호주에는 14~15세에 이른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이 있다고 합니다. 정규교육과정으로  ‘여행수업(The Rite Journey)’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년간 1주에 2시간씩 다양한 활동, 악기, 토론 등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 중 무엇보다도 제 관심을 끈 것은 ‘부름의식(calling Cerermony)’이었어요. 부름의식을 통해 지금까지 유년기를 무사히 보낸 것에 감사하고 어른이 되는 여행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가족과 학교가 함께 축하하고 부모가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진하게 감동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춘기 특강의 제 2강을 맡아 주신 정병오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저는 이 ‘여행수업’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중학교에서 20년 넘게 교편을 잡으시면서 자칭 ‘사춘기 전문 교사’가 되어 이 시기의 아이들을 잘 참아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다고 자기 소개를 해주셨던 선생님. 7년 간의 휴직 후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불행히도 이전보다 절제력이 줄고 가족의 돌봄과 관계의 질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셨죠. 그래서 달라진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자유 학기제’ 안에서 개설하신  ‘소논문 쓰기’ 반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정병오 선생님은 ‘소논문 쓰기’ 반에서 학생이 자료를 읽고 이해하고 정리해 글로 쓰고 발표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계시는데, 아이들의 글쓰기가 너무 엉망이고 갈수록 더 어려워한다고 하시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소논문 쓰기’를 통해 한 학생이‘중 2병’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물을 함께 살펴보니, 아이들은 중2병을 겪고 있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사춘기로 인한 혼란을 표출하는 거친 방법이 옳지 못한 점 등을 잘 알고 있었어요. 자가진단이 정확하죠? 자신도 고치고 싶지만 스스로 잘 통제가 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이런 자신들을 부모나 주변에서 이해 하지 못하고 꾸중만 하기 보다는 포기 않고 끝까지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여린 마음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일상과 고민에 대해 쓴 사례 글들을 보니 대부분이 공부, 관계에서 오는 갈등, 진로라는 세 개의 범주로 좁혀지더군요. 아이들의 고민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1. 공부 고민
우리나라는 중학교부터 ‘입시 체계 교육’이 시작되니 시험에 잘 맞는 아이에게 유리한 환경입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토론하며 해결을 찾는 선진국형 교육이 아니라 뭐든 몽땅 외워서 시험에서 절대 실수하지 않는 것이 공부를 잘 하는 것으로 인식되지요. 잘하는 아이든 못하는 아이든 학교와 학원의 이중 생활로 학습 스트레스가 높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스스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아 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인생수업에 입문해야 할 아이들이 등수로 자신의 자아를 규정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재확인합니다.

이런 고민에 대해 선생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로는 부모가 입시체계에서 조금은 여유를 갖고 아이들을 대하자고 부탁하십니다. 좋은 성적이 중산층 이상으로 살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성적 만이 성공의 절대적인 요인이 아니고 성적 외에도 성품과 삶에 대한 태도 같은 변수가 인생을 좌우하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는 말씀이셨어요.  두번째 당부 말씀은 아이와의 관계를 위해 대화와 지난한 실랑이를 하더라도 다양한 시도와 경험 속에서 아이의 손을 놓치말고 함께 가자였습니댜. 다방면으로 부모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아이를 포기하지 말고 곁에 두고 품어 보라는 말씀에 정말 박수를 칠 뻔 했습니다. 집에서 공부 안하고 빈둥거리는 모습이 보기 싫어 학원으로 내몰고, 사춘기의 짜증이 견디기 힘들어 일찍이 유학을 보내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얄팍한 부모력이 아니라 곁에 두고 보며 짜증도 받아주고 부대끼더라고 함께 살아야 부모 자식의 관계로 가는 것이라는 진심이 정말 공감되어서요. 마지막으로 공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공부하는 기쁨을 맛 보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시험 성적과 등수로 잃어버리게 되는 배움의 기쁨을 맛 보게 하려면,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과목부터 성취감을 얻어 공부할 힘도 얻게 되더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팁입니다.


2. 친구 관계
아이들은 학교 내에서 왕따나 폭력으로 고통 받으며 그 정도는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이러한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법과 능력을 길러주기 보다는 학교 조차도 손발이 묶여 학교내 갈등 문제를 경찰에 넘기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 사건이 발생해 처벌로 끝나는 시간 동안 피해자의 상처는 그대로 남고 가해자는 반성하지 않은 채 재발 방지도 요원해지는 것이 현재의 왕따와 학교폭력 해결 접근방법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회복적 생활 교육’을 통한 갈등 문제 해결 방법을 설명해 주셨는데요, 갈등의 핵심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라는 데서 출발하여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교육방법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사회자 역할을 할 제 3자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충분히 듣고 청자는 들은 대로 똑같이 말해 보고 화자는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 주면서 사회자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의 반복적 연습을 통해 자신의 얘기만 하느라 듣지 못하던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하시며 구성원 모두에게 말 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회복적 생활 교육’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서도 연습하고 배워나갈 필요가 있다는 말씀에 크게 동감합니다.


3. 진로 고민
요즈음은 진로의 전성기라 할 수 있을 만큼 과목 수업도 하고 다양한 활동도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로는 단지 직업을 찾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등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죠. 그래서 정병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진로는 성적과 등수에 줄 세워지는 아이들이 단기 목표에 매달려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세계가 당면한 식수, 성차별, 에볼라 확산, 빈곤 문제 등 학생들이 세계로 시선을 넓히고 그런 문제들을 사유하면서 자신의 삶을 탐구하게 하려는 선생님의 노력은 학생들이 보다 넓게 멀리 보고 깊은 아픔을 느끼는 것이 진로를 찾는 데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난 6월 행복한 진로학교의 강사로 오셨던 젊은 구글러 김태원씨 역시 정병오 선생님과 같은 말씀을 하셨었죠. 영어 하나 잘하는 것으로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 갖고 살펴보며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사람이 글로벌 인재라고 말이죠.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하는 진로 고민, 우리 아이들이 이런 고민 속에 묻혀 있다면 고민에 고민을 거듭 하더하더라고 걱정되지 않을 듯 합니다.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길,’ 사춘기는 어떤 시간이어야 할까?’ 자문해 보았습니다. 세상에 온지 15년 즈음에 맞이하는 일대 변혁기의 혼란 속에서 아이는 당연하게도 방황합니다. 그런 아이 곁에서 부모는, 학교는, 그리고 사회는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까요? 공부, 관계, 진로 등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아보는 관심과 부지런함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춘기의 까다로움으로 중무장한 아이의 손을 놓지 않는 것,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품고 가는 것이 부모 된 자의 업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 아이는 어른이 되어 가고 부모도 성장하는 시간이 바로 사춘기, 어쩌면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기’ 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