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학교 뉴스레터 ] 감동소감문


'나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닉네임 '늘푸른 고목나무' 님


 

수능을 얼마 남기지 않은 고3 아들이 모처럼 집에 와서 아빠와 식탁에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더군요.

나중에 남편에게 무슨 말을 나누었냐 물었더니

"재수하면 안되느냐?"

그래서 당신은 뭐라했느냐 물으니 기다려보자 했다고 합니다.

 

다음 날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차안에서 남편이 재수하면 성적이 오를 것 같지만 그런 경우는 드무니 그냥 점수 나오는대로 대학가라고 하더군요. 아들도 자신도 이런 과정을 1년 더 겪고 싶지는 않지만 나온 점수로 가기에는 간판이 너무 낮은 대학에 가게 생겼다. 그러기엔 그동안의 노력과 점수가 아깝고.. 만약 시험보다가 첫시간부터 배탈이 나면 어떻게 하냐.. 지금은 그게 가장 걱정이다.. 라고 말을 하더군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 말이 두 사람 귀에 들리지 않을테고 그냥 아들이 마지막까지 할수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실력만큼 성적이 나와서 실력에 맞게 대학에 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지금은 아이의 마음에 어떻게 다가갈지 가늠할수가 없으니까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정작 들려주어야할 가족에게 하지 못한 말을 이곳에 남겨봅니다.


아들아~

재수해서 대학갈 만큼 대학은 그리 대단한 곳도 거창한 곳도 아니란다.

재수시켜줄 돈도 없지만 만약 있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여행을 가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렴.

너는 고2때까지 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지 않았니?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고 대학입시에 제출할 수 없는 포트폴리오를 너는 많이 쌓고 살았다고 본다.

너에겐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재능들이 많이 있단다.

무언가 한 번 필이 꽂히면 그것을 완벽하게 알거나 해야한다는 인내와 끈기와 호기심.

단소연주, 피아노연주, 종이접기, 비트박스, 아카펠라, 파라코드, 곤충연구, 글씨체 만들기...

마블코믹스 만화와 영화와 음악을 전부 섭렵하기.

레미제라블을 비롯해어 감동이 되는 것은 영화나 책이나 뮤지컬이나 관련된 모든 것을 보고 읽기.

너의 아픔을 치유하고 같은 아픔을 준 친구들과 사람들을 치유하는 책 출판.

어렸을때부터 너는 하나에 몰입해서 무언가를 완성하는 기쁨들을 여러차례 경험했다.

다만 그것이 학교공부나 세상에 그리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그런 것을 요령있게 너만의 포트폴리오로 만들면서 살지 않았다는 것이지...

그러나 고3에 올라와서 겨우 시작한 공부. 그것도 너는 너만의 스타일로 공부를 시작하고

너의 기질대로 수능이 다가오니 너무 늦게 시작한 공부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그래도 이만큼 몰입도를 보이고 성적이 상승한것만으로도 나는 너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았다고 생각한다.

니가 어느 대학을 가든지 그곳에서 좋은 만남속에 스펙쌓기가 아닌 제대로 된 공부만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너의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그동안 이것저것 해보던 너의 관심중에 사회에 유익이 되고 너에게도 즐거움과 돈이 될 수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면 그 자리가 어디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니?

한글도 떼지 않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너였으니 남들보다 늦더라도 30대쯤에는 너의 재능을 살려 갈 길을 갈 수 있을거라 나는 믿는다.

그러니 대학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지금은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고

이후의 시간에는 길이 열리는대로 그 길을 가면서 더 많이 너 자신을 알아가고 실험해보렴.

물론 고등이후에는 니가 책임져야 할 것이 더 많아지긴 할게다.

더 많이 고생하고 더 많이 실패해보렴. 그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시간들은 너에게 보석같은 시간이 될게다.

그러니 내일일을 너무 염려하지 말고 오늘을 즐겁게 살렴.

니가 후배들에게,  고3이 되어서 자습실에 앉아 공부하면서 후회가 되는 것은 왜 전에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까가 아니라 왜 더 열심히 놀지 못했을까라고 고백했듯이 말이다.

 

미처 못다한 말을 수능이 끝나면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강지원 소장님은 학벌이 소용이 없고 적성이 중요하며 적성을 찾아 자신만의 삶을 살아 자신의 지수에 의해 행복지수가 결정되니 자존감을 가지라고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 특별한 아이란다. 세상의 기준에 너가 못 미친다고 그 기준에 맞추어서 살려고 하지말고

큰 키와 점수와 학벌 속에서 너의 자존감을 찾을려고 하지 말고 너의 내면에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너만의 존귀한 기질과 장점과 재능들, 그리고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습을 사랑하며 자존감을 가지렴. 그게 어쩌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니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너의 현재의 마음을 불안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면

그중 많은 부분이 엄마인 나의 책임이겠지.

 

또 말이 길어지고 있구나. 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인데...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떤 말이 너에게 가장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게 지금은 제일 안타깝고 속상하구나.

수능보는 날 배탈나지 않게 기도할게.. 불안해하지 말고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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