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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행복한 진로학교(1~2기)

[행복한 진로학교] 5강 옥봉수- "17살 막내가 회계사무소에 취직한 이유...!"

 

17살 막내가 회계사무소에 취직한 이유...!

 


심상치 않은 외모의 옥봉수 선생님...^^ 그동안 책으로만 보다가 직접 눈 앞에서 보게 되니 들려주실 이야기가 너무 기대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온가족이 수년에 걸친 세계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시간은 어떻게 가족들을 바꾸어 놓은 것인지! 2시간 강의로는 다 들을 수 없을테지만 너무 궁금했어요~ 옥봉수 선생님은 2008년에 온가족이 세계여행을 나서게 된 이유로, 아팠던 가정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셨습니다.

 

 


 


첫째가 중학생이 되는 순간, 원수 사이가 된 우리집...


먼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계인들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티티카카 호수 위에서 사는 사람들과 미국 맨해튼 거리의 사람들... 이들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고, 똑같은 틀 안에 가두려고 하는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오늘 여러분에게 던지고 싶은 주제입니다.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지만 나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이런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잉태의 순간에 축복이었던 자녀가 크면 클수록 원수가 되는 경험을 누구나 합니다. 저는 첫째 딸이 중 1이 되고 첫 성적표를 받아오던 순간부터 저희 가정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에서 교사 생활을 했는데, 딸이 다니는 학교에 교사 친구들이 모두 있었습니다. 제 아내가 ‘너 좀 신경 써야겠더라...’는 친구 교사의 한마디에 뚜껑이 열렸습니다. 자녀의 성적은 부모의 자존심이요, 미래의 불안감이기도 합니다. 딸 아이를 공부 때문에 잡기 시작하면서 부부 관계도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기초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저는 SKY 보낼거 아니잖냐고 반문했습니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불안해하고 상처받기 시작했습니다. 갈등이 반복되어 가던 중 드디어 중 2때 딸이 가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남동생은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공부하는 척만 하며 자라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하숙집 같은 가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와 아내는 2달 동안이나 대화를 나누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제 아내는 차라리 외국인과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도저히 참을 수 없게된 저희 부부는 변화를 위한 대화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자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많은 유산을 남겨주는 것보다 좋은 관계를 남겨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개월이 되던 때, 둘 다 교사를 그만두자고 결심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마음이 북받쳐서 고백했습니다. “누나의 성적 때문에 너희 마음을 아프게 했어. 너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너희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세계 여행을 가자.” 아이들이 놀라면서 좋아했을까요? 당장 따라나선다고 했을가요? 아닙니다. 이렇게 대답했어요. “친구도 없고 컴퓨터 게임도 없고 부모님과만 같이 다니는거, 그건 지옥이에요.” 부모의 변화를 아이들은 쉽게 믿지 않습니다. 간을 봅니다. 일관성 있게 다가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희 부부의 변화를 3개월 이상 일관성 있게 보여주자 아이들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3남매가 회의를 하면서 자기들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그만두고 친구 떠나는게 힘든 일이지만, 부모님을 따라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돈이 없어 교사 연금을 일시불로 미리 받아 떠났습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절박해서 떠났습니다. 터질 듯이 싸맨 가방... 패키지로 떠난 편한 여행이 아니라 짐지고 걸어다니는 배낭여행을 선택했습니다.



아빠, 배낭 무게가 인생 무게 같아요...


부모가 모든 것을 다 도와주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배낭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자기 배낭을 지고 나가는 순간 배낭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매고 다니면서 아이가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큰 딸이 이렇게 말해요. “아빠, 배낭 무게가 인생 무게 같아요...”


저희는 버리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부모의 욕심, 기대... 버리면서 아이와 새롭게 관계 맺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순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순 없다’는 속담이 딱 부모 자녀 관계입니다.


여행을 다녀보니 아이들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사실 모든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도전과 모험 정신이 꿈틀거리는데, 이것으로 10대 아이들은 자기 존재감을 느낍니다. 부모와 따로 떨어져 자전거로 3박4일을 달려 목적지로 찾아온 아이들, 남미 여행을 한 후 스페인어를 배우게 해달라는 아이들... 아이들의 몸은 지칠지 몰라도 눈은 반짝거렸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피라미드를 보세요. 가까이에 가면 바위 하나가 얼마나 거대합니까. 그러나 멀리 떨어져 보면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들의 문제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못하고 실수하는 문제가 10년 뒤에도 그 아이의 큰 문제일까요? 문제를 멀리 서서 멀리 바라보면 문제는 작아집니다. 문제 앞에서 개미처럼 작아질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문제를 다르게 바라볼 눈을 가져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사물을 바라보는 옥봉수 샘의 깊이있는 시선과 해석에 감탄했습니다. '그렇지! 문제를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지... 문제로부터 멀리 벗어나면 새로운 것이 보이지...'



12,000시간의 관찰, 아이들이 새롭게 보였다!


부모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관점과 생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여행 중에 딸이 이런 고백을 합니다. 시험 공포증이 있었다구요. 중압감 때문에 답을 밀려쓰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딸이 대인관계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을 여행 중에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관찰을 해보니 언어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이 너무 뛰어나 외국인과 너무 잘 사겨요. 어릴 적도 떠올려보니 반 친구들 챙기고 화해시키느라 바쁘게 지내던 딸이었습니다. 둘째 아이는 인간 네비게이션이에요. 교통과 숙소까지 여행 중에 이 아이 덕분에 너무 편하게 다녔어요. 정보 분석이 너무 정확한 아이에요. 막내는 경험을 통해 내공이 쌓여야 에너지를 내는 아이입니다. 여행 1년 동안 부모와 형들을 지켜보다가 내공이 쌓이자 그 다음 여행에 앞장서기 시작합니다. 이 아이는 돈을 좋아해서, 환율을 따져보며 여행 경비를 절약하는 방법까지 알아냅니다. 어릴 적부터 돈이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18개월, 545일, 12,000시간을 여행하며 아이들을 관찰했다는 옥봉수 선생님. 여행을 통해 아이의 성향, 강점을 알게 되었고 자신도 훨씬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가족들이 서로를 함께 알아가게 되면서 한국사회의 성공출세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도 참 놀라웠습니다. 서로 안다는 것과 성공의 욕구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는걸까요? 다음 이야기에 답이 있었습니다.



대학보다 생애 진로가 중요하다


3대 종교보다 더 힘이 센 대학교... 그 앞에 모두가 엎드려 있습니다. 학벌 경쟁으로 기러기 가족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저희 가족은 대학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해보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아니면 취업 후 대학 진학은 어떨까?’ 이 두 가지를 모두 인정한다면 지금의 대학 경쟁 문제는 해결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여행 중 만난 한 청년이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공부를 잘해서 특목고를 갔고 서울대를 진학했습니다. 대기업에 취직했는데, 일을 할수록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고민,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만두고 나와’라고 말하는데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나오면 되는구나! 그동안 그런 생각을 못해봤는데 말이죠. 그리고는 배낭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엄마가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었어요... 제가 우습죠? 서른 다섯 살에 처음으로 인생을 고민하는 사춘기에 빠졌습니다.”


제가 말하는 ‘자녀 독립 프로젝트’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자녀들이 20시 전후에 부모로부터 경제, 사회, 신체, 정서적으로 독립을 준비하고 진로직업을 찾아 취업하여 빠른 결혼을 준비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나눔의 삶을 살아간다’

 

 


 


‘삶과 경험과 추억’ 속에 진로 선택 정보가 들어있다!


진로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 검사를 많이 할게 아니라 소통을 통해 자녀를 이해하면 됩니다. 아이가 보여주는 모습을 해석해내지 못하면 아이의 진로를 찾기 어렵습니다. 부모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자라오면서 가족 내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고 어떤 소통 방식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런걸 관찰양육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찰양육 정보 없이 심리 검사로만 아이를 파악하려고 할 때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심리 검사를 하더라도 그 결과가 아이의 본질인 것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에 대한 이해는 삶과 경험과 추억을 따라 옵니다.


해석하는 힘이 부모에게도 있어야 하지만, 아이에게도 있어야 합니다. 큐레이터 되지 않는 정보는 필요 없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진로 교육에 있어서 가장 핵심 포인트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관찰하면 좋을까요? 집 밖에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관찰해보세요. 어떻게 놀고 있는지, 친구 관계는 어떤지... 그런 모습은 보지 않고 검사 결과만 찾는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주관성과 객관성이 일치되는 순간 아이들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17살 막내가 회계사무소에 취직한 이유...!


우리 아이들의 관심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 병원 코디, 피부미용, 비만관리사
둘째 : 기계, 건출설계에 관심 큼, 선반, 밀링
셋째 : 전산회계, 세무회계, 기업회계


아이들이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으니 어려운 자격증을 따내는 힘을 냅니다. “너희들, 이제는 취직을 해야지...” 제가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금방 무슨 말인지 알아채고 독립할 준비를 합니다.


막내가 가장 먼저 취업을 했습니다. 세무회계사무소에 가서 3시간 심층 면접을 봤답니다. 2010년에 돌아와 17살 겨울방학 때 가장 먼저 취직을 했어요. 3개월 후 정식직원이 되었습니다. 그때 회사에서 명함도 만들어줬습니다. 일을 하면서 아이가 말합니다. “돈 벌기가 정말 힘드네요.” 그러더니 3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았습니다. 또 대학 나온 선배들과 일하다 보니 실력 부족을 느끼고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대학 졸업장이 발목을 잡는 시대잖아요. 대졸자 청년들이 연봉 2,300만원을 기대하고 조금만 힘든 일을 하거나 연봉이 적어도 금방 일을 포기해버립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어떤 월급이든 꼭 붙어 일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성실히 일하며 배웁니다.


둘째는 군대 영장이 나올 나이라 기업체에서 불러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어딜 갈까 찾다가 폴리텍 대학을 발견했습니다. 바이오 병력특례산업체에 취직을 했습니다. 3년간 일을 하며 기술도 배우고 병역문제도 해결하고 돈도 모았습니다. 일하면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숭실사이버대에서 모두 관심있는 학위들을 취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2,3학년이 되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공부하려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런데 아무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왜? 자기 돈으로 공부하니까요...


미래 계획도 스스로 세웁니다. 첫째는 2015년 중국에 가서 경영 공부를 하고 싶어하고, 둘째는 기술 공부를 하다보니 독일 유학에 관심이 있습니다.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섭니다.


이 대목에서는 정말 ‘아이들, 다 키우셨네요~’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부모가 손댈게 없는, 부모가 대신 해결해주고 도와줄 일이 하나도 없는 자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들을 일찍 독립시키며 다 키울 수 있었던 저력은 한가지 때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옥봉수 선생님은 이런 질문을 던지셨어요.


행복한 진로교육이란? 부모의 관찰양육 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내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이것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이 사회의 경쟁적인 기준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로를 아는 것이 한국사회의 성공 욕망을 이겨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했던 것이 풀렸습니다.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지요. 부모가 자녀의 장점과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니, 학력/학벌의 유혹(또는 열등감)으로부터 자녀를 지켜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가족이 세계여행에 나설 수 없어서 옥봉수 선생님의 이야기가 부러울 뿐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얻었습니다. 제 인생을 제 손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뒤에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있는 그대로 지지해주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요~! 그런 부모가 뒤에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으니 험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웃음 잃지 않고 도전하며 성장해 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공부든 진로든 부모자녀관계가 좋을때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의 가장 생생한 경험과 깊이있는 통찰을 들려주신 옥봉수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두 부부와 세 자녀가 만들어갈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written by 정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