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유아강좌 뉴스레터 ④] 강의스케치 - '내 아이를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영유아강좌] 뉴스레터 ④

 

 '내 아이를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날씨가 이러니 그냥 집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싶은 유혹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온다. 그러나, 오늘은 영유아 강의 마지막 날! 이런 사소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리라 마음을 다지며, 우산을 꺼내들고 삼각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으로 출발!! 도착해보니 나만 그런 유혹을 받는 건 아닌가 보다. 지난주보다 빈자리가 몇 개 더 보이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자리를 지켜주시는 분들에게 동지애를 느끼며 오늘도 늘 앉던 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매주 환하게 웃음으로 사회보시며 맞아주시던 대표회원 박복남 선생님이 오늘은 늦어지시나 보다. 윤지희 대표님의 셀프소개로 강의를 시작한다. 이미 사회인과 대학생으로 훌쩍 자라버린 두 딸 산하와 보리의 이야기, 아이들의 영유아 시기에도 시대적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신 이야기를 들으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강의하실 때와는 또 다른 따뜻하고 사랑 가득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엄마의 마음으로 지금 우리의 모든 아이들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시나 보다. 강의를 준비하며 꺼내본 20년 전에 아이들과 함께 만든 가족신문을 보여주시는데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잔뜩 들어있다. 아이들과의 한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가? 이번 주말엔 우리 아이들이랑 즐겁게 만들어 봐야겠다. 엄마의 부족한 생각, 경험과 지식을 채워주는 독서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이제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어떻게 키울까 상상해 보니, 결국은 또 다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누구 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교육현장을 변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13년간 사움꾼으로 학부모 교육운동을 지속적으로 했지만, 아이들의 교육상황은 오히려 더욱 나빠지는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시작되었다. 


현재의 교육현실을 살펴볼 때 특목고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시장이 급격히 팽창했다. 따라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외고 입시 개선 운동을 했고 그 이후 우리단체의 운동의 결과 2010년부터 사교육비가 줄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여파로 사교육시장이 영유아기로 확산되는 현상이 생겨, 영유아 사교육포럼의 활동 또한 시작하게 되었다. 



영유아 교육현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영어광풍과 영어유치원, 사립초등학교의 영어몰입교육, 상한제가 없는 유치원 교육비 등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자녀 1인당 양육비가 2억 6천만원, 2명은 5억 2천만원. 허걱! 양육 및 교육비의 증가가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영유아 사교육비 지출실태는 전혀 파악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영유아 대상 교과 학습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금, 현재 행복해야할 영유아기 아이들을 미래의 성공을 위한 존재로 변질시키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무엇을 할 것인가? 영유아 부모 교육 강좌를 통해 정보와 인식을 공유하고 혼자는 불안하기에 함께 모여야 한다.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바른 정보 소책자 제작하고 배포 할 것이다. 또한 영유아 정책개선 운동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다. 대만에서는 만6세미만 유아의 조기 영어과외를 금지하기로 했다. 6세미만 유아를 대상으로 한 암산, 속독, 작문 등의 학원 과외도 금지했다. 대만 학원연합회는 이번 조치로 1만 여 개 이상의 유아 대상 학원이 직업 영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나 당국은 “건전한 정서 발달에 방해되는 조기 과열 과외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조치가 우리나라에도 꼭 있어야 하겠다. 


또한 초등학생이 밤 10시, 11시까지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어른들도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 일하는 마당에 토요일 일요일 할 것 없이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학원 수강시간 일몰제는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중요한 이슈다. 물론 이 모든 일들에 사교육시장의 엄청난 저항이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2년 대한민국 입시사교육은 사라집니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그 노력의 작은 열매가 지난 2월 제정된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이다. 



‘나는 내가 배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능시험을 보면 돼지처럼 등급이 매겨지고, 점수가 내려가면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부른다. 우리도 죽어가고 있다.’ 한 고등학생이 아고라에 쓴 글을 윤지희 대표님께서 울음을 참으며 읽어 내려가신다. 그 글을 듣는 우리도 모두 울음을 삼킨다. 나는 내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초대로 강의를 마무리 하신다. 


그냥 ‘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워볼까?’ 하는 소박한 질문을 가지고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강의를 듣고 나니 어떻게가 아니라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어떤 환경인가? 라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오늘 강의는 끝났지만, 앞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나머지 질문들의 해답을 열심히 찾아가야겠다. 4주 동안 수고하신 안순아, 윤지희 강사님, 준비해주신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간사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오늘도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돌보느라 강의들을 시간 내기도 어려운 엄마 동지들도 힘내세요!!



-신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