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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있는공부 뉴스레터 1] 강의스케치 - 공부생태계를 꿈꾸는 공부 이야기

3월 27일부터 매주 목요일 ‘꿈이 있는 공부’ 부모학교 강좌가 시작되었다. 더운 기운마저 느껴지는 따뜻한 봄날에 실내에서 강의를 들으며 앉아있기만은 아쉬웠지만 좋은 강의이니까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바쁘게 삼각지 사무실로 갔다. 첫 날이라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어색해서 그런지 식사하는 분도 많지 않았다. 덕분에 맛있는 밥과 반찬을 넉넉히 많이 먹었다. 다음주에는 많은 분들이 같이 와서 식사하며 대화하며 편하게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다.

 

김진애 강사님의 인터뷰 영상으로 강의는 시작되었다. 도시 건축가, 사단법인 인간도시컨센서스 공동대표이신 분, <왜 공부하는가>라는 책의 저자이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21세기 리더 100인'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뽑혔던 게 90년대라고 한다. 나도 그때 처음 김진애 선생님의 이름을 들었던 것 같고, 이후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 자주 관심갖고 지켜봤었다. 그래서 나는 강사님을 직접 만나 보려고 퇴근 후 현장강의에 갔다고 할 수 있다. 현장 직강을 들을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 같아 이런 기회를 빌어 직접 찾아간 것이다.

 

송인수 대표님께서 모처럼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셨다. 작년부터는 일반 회원들이 사회를 보다가 대표님이 다시 마이크 잡은지 2년만인 듯하다. 왠지 반가운 기분이었다. ^^

 

김진애 선생님의 강의는 조리 있게 정리된 형식의 강의는 아니었지만, 자신만만한 얼굴과 표정으로 공부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의 사진부터 대학 이후까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삶을 나눌 때는 잠시 젊음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공대에 800명 동기 중 유일한 여학생으로 입학했다는 부분에서는 그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공부생태계를 꿈꾸는 공부 이야기”  

 

공부 생태계는 많이 듣던 말이긴 하다. 나 혼자만을 위한, 그리고 나의 가족을 위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 전체를 생각하는 생태계, 즉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 배려하는 공부 생태계를 꿈꾸는 공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가치있게 여겨지지 않는 공부 이야기이다. 30대에 MIT에서 공부하며 배웠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협력학습이 우리나라에서도 실천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처음 선생님의 책을 접하고선, 책 제목이 참 반가웠다. 교사로서 학생들과 공부 이야기를 할 때 공부가 내 특기는 아니지만 취미라고 늘 이야기한다. 그러면 다들 기가 막혀하며 비웃는데 왜 공부하는 게 재미없다는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참! 나도 시험이 다가오면 확실히 공부가 덜 재미있는걸 보면, 대부분 사람들의 공부가 시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것 같다. “왜 공부하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중2병이란 말도 덜 듣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으려나? 공부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나라 전체에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보다는 부부가 먼저"

 

강의 중반, 선생님의 강의 중에서 '부모보다는 부부가 먼저'라는 이야기에서는 오늘날 한국 가정의 우울함이 보였다. 엄마주의, 아빠주의, 아이주의라고 명칭한 한국의 잘못된 가정 문화. 하지만 무엇보다 부부가 우선 되어야 가정에 평화가 온다는 것이다. 이건 성경에서 이야기한 가정의 질서와도 매치되는 이야기라 더 새겨듣게 된다. 특히 김진애 선생님이 자녀들을 키운 이야기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 ‘집안 일로 용돈 주기’는 지금이라도 적용해보고 싶은 부분이다.^^ 김진애 선생님처럼 부모가 자기 불안을 자녀들에게 적용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범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정상과 비정상의 이야기는 요즘 많이 듣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른 책에서 본 개념인데 우리나라에는 사회적 알람이란 게 있다고 한다. 20살에는 대학 가야하고, 졸업하면 취직해야 하고, 그 후에는 결혼해야 하고, 등등. 그 사회적 알람에 따르지 못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정상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인생 80년을 놓고 볼 때 대학교 1,2년 빨리 가고 늦게 가는는 건 아무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지금 사회를 좇아가지 못하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규정하는 사회를 의식하며 눈치 보며 살 것인지, 자기주도성을 끝까지 놓치지 않을 것인지,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지나친 사교육 붐도 결국은 비정상이 정상이 된 잘못된 사례가 아닌가? 재작년에 교사등대학교에서 들었던 ‘내부로의 망명, 또는 낙오자 되기’ 그 개념이 떠올랐다. 다들 미친 교육에 불나방처럼 몰려 들어가며 스스로 타죽어 갈 때 당당히 스스로 낙오자가 되는 것,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비정상이 정상으로 고쳐져 다시 정상적인 사회로 변화되어갈 수 있을까? 아무튼 얼마 전에 책에서 읽고 강의로 들은 이야기를 거의 흡사하게 바로 또 하기에 참 반가워 생각이 깊어져간다.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는 꼭 있어준다"

 

육십대 이신 선생님, 아이들을 키울 때도 늘 바쁘게 살아오셨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절대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질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늘 함께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는 꼭 있어준다는 믿음을 아이에게 주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래야 아이로 인한 불안도 죄의식도 문제시될 수 없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로서 늘 마음 한구석에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죄의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리라. 사실 나는 이런 죄의식을 갖고 살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만큼 당당해도 된다는 것, 아이와 절대 시간을 많이 갖는다고 아이에게 꼭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런 확신을 다시 한 번 갖게 되어 반가웠다.

 

 

"제대로 공부해서 제대로 좀 놀아보자"

 

선생님이 요즘 참여하는 다산북스 팟캐스트 ‘책으로 트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요즘 사람들은 왜 책을 읽지 않는가를 고민하다가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정말 요즘 사람들은 왜 그렇게 책을 읽지 않을까? 난 평생 책만 읽으며 살아도 좋을 것 같긴 하던데. 너무 어려운 책만 아니면 말이다. 선생님이 제안한,  ‘제대로 공부해서 제대로 좀 놀아보자’ 멋진 표현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제대로 공부할 줄도 모르고 제대로 놀 줄은 더 모르는 것이다. 교사생활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아이들의 변화가 보인다. 그 20여년 세월 동안 지식은 분명히 늘었는데, 지혜는 줄어든 것 같고, 노는 것은 아예 모르는 아이들을 본다. 텔레비전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없애면 아이들은 뭐하고 놀까 사실 약간 걱정이 되기까지 한다. 어릴 때부터 정말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며 노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 책도 읽고 여행도 하며 세상의 폭넓은 많은 것들을 직접 배우며 그래서 또 놀아보는 멋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책을 1년에 한 권씩 쓰고 싶다는 선생님의 계획을 들으며 개인적으로 많이 부러웠다. 나도 책은 참 좋아하는데 창작의 어려움은 너무 크니 말이다. 60이 넘었다는 그 나이에 30대 같은 정신세계와 체격, 체력을 지닌 모습에 부러움이 다시 생긴다. 우리도 그런 멋진 사람들을 주변에서 한 분 두 분 점점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수업 시간에 기회 있으면 꼭 공부에 대해 정리된 내 의견과 요약된 책 내용으로 수업을 해보리라 다짐해본다.

 

강의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좋은 이야기는 계속 나왔다. 질문자들이 대부분 내 아이, 내 아이의 미래, 부모로서의 불안감에 대해 질문하면, 강사님은 일반적인 부모의 도리에 대해 말했다. 답변에서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들도 무척 많았다. 정말 우리나라는 불안감이 아주 팽배한 나라이다. ‘꿈이 있는 공부’라는 강의를 들으면서도 이렇게 불안감이 많을 때에는 안 그런 분들은 어떨까 싶어 정말 걱정이 많이 된다. 한 분 한 분의 학부모들이 스스로의 삶에 자신감을 가지고 자녀를 믿으며 대범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여유 있게 사춘기를 지나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질의응답까지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은 후 강좌가 마쳤다. 여전히 따뜻한 날씨였다. 다음 강의는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저자, 전 스웨덴 국립교육청 정부재정국장 황선준님의 “스칸디 부모가 말하는 북유럽 학생들의 공부 이야기”이다.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우리 함께 열심히 공부해요, 그래서 제대로 신나게 놀아보자고요.

 

 

 

 

 

 

 

- 김순애 (닉네임 '자유'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