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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뉴스레터]상담넷 뉴스레터 소식

[윤다옥 부소장의 속닥속닥④] 행복도 경험의 과정이다.

 

결혼해서 내 아이가 있고부터 이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마음들을 알게 되었다. 참 놀랍게도 아이가 몸이 아플 때 진심으로 내가 대신 아플 수 있길 바라게 되었고, 아이가 무슨 일로 마음 상해할 때는 안타까움에 애가 타서 그냥 내가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가 그럴 것이다. 내 삶의 많은 부분, 시간과 노력을 아이들에게 쏟고 그만큼 그것들이 내 아이의 행복으로 이어지길 바라게 된다. 이러한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부모의 욕심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싶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불행과 아픔을 가까운 곳에서 보는 나의 경우, 부모의 이 간절한 바람이 욕심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참 많다. 엄마 때문에 아빠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나를 안 믿어줘요, 난 잘 하는 게 없어요, 집 나가고 싶어요, 죽고 싶어요, 다 소용 없어요, 그냥 견디는 수밖에 없어요...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아이들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자녀의 행복에 대한 부모의 바람이 어떻게 욕심이 되어버린 것일까?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보기 보다는 부모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바를 충족시키고 자신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할 때가 그 순수한 바람이 욕심으로 변질되는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부모 자신의 편리와 이기심이 더 앞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좀 힘들어 하거나 불행하다 해도 나중에 행복하면 된다고 쉽게 합리화하며 아이에게 많은 요구와 강제적 설득을 가하게 된다.

아이가 1~2개를 틀려 100점을 못 받아오면 그게 그렇게 아깝고 안타까울 수가 없다. 100점을 받아왔을 때도 100점 받은 아이들이 너 말고도 몇 명이나 더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2등을 했을 때는 아직 충분하지 않고 1등을 목표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아이를 분발시킨다. 그러나 1등을 했을 때도 여기서 방심하면 안 된다며 아이를 긴장시킨다.

어떤 조건에서도 아이들이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수행 결과를 음미하고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 결국엔 항상 불만족스럽고 충분하지 못한 자신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 인정과 칭찬을 해주어도 제대로 기뻐하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그냥 하는 빈말로 받아들이게 되거나 다른 목적을 의심하거나 자신을 잘 알지 못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자신감 있고 자존감이 높아 자신의 장단점을 그대로 잘 알고 인정하는 애들도 있지만, 유능하고 매력있는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족한 면에 사로잡혀 자신은 잘 할 수 없을 거라고 자신은 이쁜 사람이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많은 아이들이 공부를 빼어나게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많이 부족하고 딱히 쓸모없고 뭐하나 잘 하는 게 없다는 아주 거친 평가를 받는다. 공부, 성적이 높지 않기 때문에 좋은 사람, 가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이다.

부모인 내가 부족한 능력 때문에 현재가 불우하다고 여겨 자식을 더 몰아치는 경우도 있겠고, 또는 내가 공부를 잘 하고 부단히 노력해서 현재가 좀 더 풍요로워졌다고 믿어 아이가 조금이라도 못 따라올까 봐 자신의 잣대로 아이를 재촉하고 압박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충분히 살아가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좀 더 생각해보면 부모인 자신이 삶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막연한 불안과 채워지지 않은 허한 가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내가 사랑하는 내 자식에게서 보상과 안전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문제는 어떤 경우든 내 자식이 잘 되라고 하는 행동들이 내 아이들을 아프게 하고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 없고 부정적이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생활하는 아이를 보면서 또 걱정을 반복하게 된다.

부모인 내가 연륜이나 경륜 면에서 더 효과적으로 아이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준비사항들을 알려주고 대비하도록 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게 부모인 내가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도와줘야 할 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완제품을 아이들 손에 쥐어주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내가 보아왔고 겪어온 삶이 내 아이들의 삶이 될 수 없고, 내 아이 또한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부모인 내가 검증한 방식을 아이에게 그대로 따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시간절약을 내세워 과정을 건너뛰게 하거나 핵심교훈만 머리에 심어주는 식도 문제가 된다. 부모는 아이가 자라는 긴 과정 동안 넘어져서 일어나고 실수하고서 그것을 알아차리고 만회하는 그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지켜봐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그 과정을 통해서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사람이 되어 세상을 원활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분명히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체득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길을 찾아내는 안목이 키워진 것이다. 이러한 기본 자질을 가지게 되는 데는 시험점수 몇 점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뜻하고 신뢰로운 부모자녀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확신한다.

행복을 느껴본 사람이 행복한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이란 것이 고형의 상태, 특정 지점이 아니고 시시각각 변하는 유동의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행복도 연습과 배움의 과정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아이의 미래 행복을 위한다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가벼이 여기면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