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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 소장의 부모역할 조언⑩] 중독을 둘러싼 전쟁과 평화

이번에는 뜨거운 관심사, 중독 문제를 고민해봤습니다.

지금도 집집마다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요. 컴퓨터와 인터넷, 게임에 만화책, 거기에 스마트폰까지 가세하여 전쟁 유발요인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지요. 과연 평화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혹시라도 평화적인 해결이 충분히 가능한데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닌지, 누구도 원치 않는 전쟁의 피해가 워낙 심각하기에 고민이 깊어집니다.

전쟁과 평화 1 - 상황 파악의 중요성

전쟁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원인 분석 장면에 주목합니다. 이해당사자가 아닌 관찰자 입장에서 이뤄지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이 설득력을 발휘합니다. 히틀러 개인의 광기가 아니라 당시 유럽과 독일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구조적인 요인을 명쾌하게 밝혀냅니다.

아이 개인의 문제로 이해하기 쉽지만 중독 증상에도 그런 관점이 도입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아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관된 상황까지 '넓고 깊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본 지구와 같은 프로그램처럼 고공에서 아이를 관찰해보는 것 처럼요. 우선 아이가 놓여있는 상황을 관찰자 입장에서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다시 들 때까지 아이는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사실적으로 그려보면 어떨까요? 아이와 자주 갈등하고 충돌하는 이해당사자의 관점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새로운 발견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마땅히 할 일도 없이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 보일 수도 있고 온갖 자극적인 유혹에 노출되어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 확인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가급적 빠짐없이 제대로 파악하게 되면 전쟁보다는 평화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겠지요. 정말 참을 수 없이 화를 돋우거나 걱정과 불안감을 폭발시키는 문제투성이인 아이에서 조금만 차분하게 관찰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상적인 아이로 달라지지 않을까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각각의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역시 진지하게 그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심리 분석을 시도해 보는 겁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정작 아침에 깨우면 짜증을 내면서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들어가는 모습을 예로 들겠습니다. 약속을 할 때 아이는 멀쩡한, 그러니까 의식이 또렷한 상태겠지요. 하지만 엄마가 깨울 당시에는 잠에 취해 몽롱한 상태임이 분명합니다. 엄마가 말합니다. 네가 깨워달라고 해서 깨웠는데 왜 그렇게 말을 듣지 않느냐고. 하지만 아직 잠기운이 완연한 상태에서 아이는 엄마한테 한 약속을 어떻게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진실 게임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는 아이의 마음까지 보려고 노력한다면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언행에도 자연스러운 변화가 나타나겠지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모여 스마트폰 게임 얘기에 열중하는 장면을 상상해보고, 그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지, 짐작해보면 어떨까요? 또래 집단에서 소외당하는 기분이 강해질수록 아이는 부모를 원망하거나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을 키우게 되겠지요. 스마트폰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장면만을 본 부모는 당연히 전의를 느끼게 됩니다. 부모로서, 부모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격리시켜야 할 '역사적' 사명감을 절감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전쟁은 시작되고 누구도 원치 않는 전쟁의 피해를 가족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겠지요. 반면 아이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모 마음에는 분명 변화가 생길 겁니다. 전의가 아니라 오히려 아이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에 매달리는 아이의 모습을 문제행동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는 신호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습니까!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는 늘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공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고공 관찰과 심리 분석을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쟁과 평화 2 - 평화적인 해결책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행동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로 인식할 수 있다면 해결책 역시 전혀 다른 차원에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우선 많은 부모님들의 하소연, 그러니까 왜 그렇게 아이가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해부해보겠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뭔가를 지시하거나 요구하는데 아이가 거부한다면 보통 문제는 아이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부모의 지시나 요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부모의 지시나 요구가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단순화시켜, 아이를 그냥 스마트폰으로부터 격리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한, 지시나 요구를 아이들은 쉽게 수용하지 못합니다. 아니 수용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욕구 충족이 워낙 강렬한 것이기에 정말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제어하기 힘든 상황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환경적인 요인 또한 큰데 개인적인 의지만을 강조하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환경 개선이 전제되거나 병행되어야 마땅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방법보다는 가급적 건강한 욕구를 자극하고 충족시키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혼자 고립된 상황에 있으면 스마트폰에 대한 욕망이 더욱 강해지겠지요. 반면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요. 스마트폰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욕망을 분출하거나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중증 게임 중독인 학생이 자연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다보니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졌다는 진술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남의 집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만 하는데 유독 내 아이만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강해지면 다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부모의 부정적인 시선은 보통 아이를 부정적으로 자극하기 마련입니다. 스마트폰에 대한 욕구를 조절해보자는 의욕은 감퇴시키고 거꾸로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이 정말 간절히 하고 싶은 마음이 증폭될 것입니다. 결국 부모의 부정적인 생각이 아이의 마음에 그대로 스며들어 의욕을 잃게 만들고 그 결과는 다시 부모를 부정적으로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가정생활에서 당연히 겪게 되는 상황이고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부모로서의 보람은 물론 가족의 행복도 실현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전쟁과 평화 3 - 우선 부모 마음에 평화의 기운이

 스마트폰을 둘러싼 긴장국면에서 오히려 부모와 아이가 만나 서로가 흔쾌히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또래놀이나 가족행사 또는 문화를 기획한다는 상상을 해봅시다. 굳이 문제를 파헤쳐서 상처를 주고 자칫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기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라 부모는 공격하고 아이는 방어하는 상황이 바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인 전쟁유발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 얘기를 듣고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 정도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아이가 처해있는 상황의 어려움을 충분히 파악하고 상황적 요인으로 인해 아이 마음이 어떻게 변질되는지 공감하게 되면 부모 마음에 변화가 반드시 일어납니다. 고공 관찰이나 심리 분석 같은 방법을 시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아이에 대한 공격성향이 여전히 작용하는 상태에서 속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지시나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아이의 반응을 보고 역시 속단하지 말기 바랍니다. 부모의 의도를 빼낸 만큼, 아이도 즐겁게 시도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분명 다른 모습이 나타날 것입니다. 말 안 듣고 속 썩이는 아이에서 부모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로의 변신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이제 다시 이번 상담사례의 질문과 답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상담자의 생각과 마음이 보다 잘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뺐습니다. 주변에 서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아 보드 게임을 한다거나 스포츠나 예능 활동, 또는 건강한 가족놀이 등의 방법을 시도해보고 그 결과를 노워리 카페에서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집은 이렇게 즐겁습니다.' 많은 경험과 성공사례 또는 시행착오를 통한 교훈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