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애들에게도 상담실에 오는 학생들에게도 한번씩 하는 얘기가 있다. “어린 아이가 달콤한 사탕을 아주 좋아해서 매번 사탕을 먹겠다고 하면 줘야 하니? 또 사탕을 먹고서 귀찮다고 이를 안 닦겠다고 하면 그냥 둬야 되니? 자기 자유니까 그냥 놔두면 될까?”라고 묻는다. 자신들이 원하는 걸 안 들어준다고, 반대한다고 불만을 토로할 때, 아이들 마음은 이해가 되나 행동은 역시 찬성할 수 없는 경우일 때 하는 말이다. 물론 그 원하는 마음은 충분히 들어주고 난 뒤에 하는 거라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은 이 얘기의 요지를 이해하고 또 수긍한다.

나는 친구 같은 엄마는 아니다. 부모자식간은 친구사이와는 다르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좀더 책임을 더 많이 지고 있는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동등하게 뭔가를 해야 한다고 여겨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한계도 더 많이 정해주고 규칙도 많이 말하고 그러는 편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뭔가를 배우게 하고 이끌어 가는 편은 아니지만, 생활의 규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주지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내 눈치를 살피기도 하고 위축된 모습으로 반응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애들 기를 너무 꺾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고민하기도 한다.

물론 친구 같은 선생님도 아니다. 자신들의 마음을 좀더 잘 알아주는 어른 정도일 것 같다. 상담할 때 아이들이 자신들의 부모님이 귀가시간을 제약하고, 밤늦게 못 놀게 한다 등등의 불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마다 아이들의 답답하고 속상한 심정은 알아주고 들어주면서도 나도 우리집 애들에게 그렇게 한다고, 밤늦게까지 놀고 들어오게 하지 않는다고, 특정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반대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내가 부모이고 어른이기 때문에 우리 애들이 좀더 커서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는 보호하고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것, 그 과정에서 아이들 자신이 선택,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기도 한다는 것, 또 그 경계를 크게 벗어나 위험스러워질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 위험에 빠져 혼자 힘들게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도...

아이들이 개방적이고 친근한 어른을 원하긴 하지만, 자기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냥 놔두는 어른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제 멋대로 행동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행동의 경계를 알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까지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어떤 게 일반적인 것인지, 어떤 게 이상한 것인지 등등. 경계를 세워주지 않으면 도리어 불안해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진로문제든 어떤 문제에서든 자기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뭐를 해도 자신이 없고 잘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기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한다. 자기 앞에 펼쳐진 미래가 그저 불안하고 모호하기만 한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는 필요할 때 기준과 경계를 세워주는 부모와 어른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혼자서 어떻게든 참고 처리하려고 하다 보니 일이 더 커지기도 하고, 상처가 안으로 곪아 들어가 회복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필요 이상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때로는 자율성을 키워준다는 좋은 의도로 어린아이에게 네가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해봐, 네가 하고 싶은 거 찾아서 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아이를 혼란에 빠뜨리는 행동이다. “네가 알아서 하면 돼라고 하는 부모의 태도는 자율성을 주는 게 아니다. 이때의 아이는 부모의 가이드를 받아야 할 때이기 때문에 적절한 기준을 세워줘야 한다. 부모 자신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는 눈으로 아이에게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세상은 이런 거라는 걸 하나씩 가르치는 시기이다.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감을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선택의 폭이 넓을 경우 도리어 멍하거나 무기력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도 모를 때 선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알게 되려면 경험을 통해야 한다. 겪어보아야 한다. 좀 어린 나이일 때에는 빨간 색과 파란 색 중에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지 선택하게 하고,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에는 자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선택해서 가져오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른이 해줘야 할 일 중에 중요한 하나가 아이들에게 경계, 울타리를 세워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될 때까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내면을 키워주고 삶에 대한 안목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가 처음 겪는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서 부모가 가이드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어렵거나 힘들 때, 부모에게 와서 도움을 청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그 모든 일을 부모가 직접 대신 해주진 않더라도 아이가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마음을 살펴주고 알아주는 그 경험들이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준다.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더 큰 경험의 세계에 도전하고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이런 저런 시도들에 대해서 지켜봐주고 버텨줘야 한다. 얼마나 든든하게 이 역할들을 해주느냐에 따라 더 건강하고 생기가 넘치는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려면 어쨌건 아이들이 필요할 때 안심하고 기댈 수 있도록 부모가 또는 어른이 나약하지 않음을, 충분히 힘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결국 부모 노릇도, 상담자 노릇도, 교사 노릇도 각자 자기 식대로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책임과 부담이 있긴 하다. 내가 제대로 서있는 것인지, 내 판단이 과연 보편적인 것인지.... 그래도, 내 성격, 가치관, 세계관대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근본 소망은 다 공통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경우도 아이들에게 해를 입히고자 하는 의도로 말하고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힘이 되고 더 나아기지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되, 그것을 각자 자기 나름대로 자기 방식대로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인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애정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완벽해서, 완전히 옳기 때문에 가르치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내가 먼저 경험한 것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실수나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 용기와 진정성만이 아이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늘 마음에 두고 잊지 않고자 하는 게 있다.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경계와 한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것! 눈살을 찌푸리며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주문이다. 기존의 가정과 부모에게서 얻지 못한 그 경계를 다른 사람, 교사나 상담자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다. 새롭게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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