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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회원의 이야기

고백⑨ 상위 1%의 아이들을 위한 천만원짜리 교육...

이 글은 2012년 9월-10월 두달동안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선행교육금지법 제정을 위한 성찰과 고백의 광장, 시민 문화제>에서 낭독된 글입니다.

저는 초등4학년 여아의 엄마이자 자기주도학습 지도사입니다. 현재 제 딸은 학교 수업외에 어떠한 사교육도 받지 않고 있답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가는 아이들의 빈 시간에 맞춰서 같이 실컷 논답니다. 피곤해서 잠을 잘정도로 열심히 논답니다. 집에서의 공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머지는 숙제를 하거나 같이 놉니다. 나름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죠. 가끔 숙제가 많은 날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어쩌나 하는 걱정도 살짝한답니다.


아마도 지금 제 딸이 누리고 있는 행복은 제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 같아요.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 일입니다. 몬테소리라고 하는 교구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태어날 저의 아이에게 너무 좋을 것 같아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몬테소리 교구는 주로 영아대상의 교구였습니다. 원목교구를 가지고 놀면서 아이에게 주도성과 질서와 인간에 대한 배려를 배우게 한다는 커다란 교육의 의미가 있어서 거액의 돈을 들여 교구도 구입했습니다. 제가 배우고 나니 수업을 해 달라는 회사의 요청이 있어서 수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 계기였답니다.



처음 4~5년간은 너무나 재미있게 수업을 했습니다. 교구의 값이나 교육비의 비용이 비싸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가끔 회사에서 고객유치를 하기위한 상품교육을 하는데 교사인 저도 우연히 참석을 하게 되는데 그 교육의 내용이 교육의 구호가 “상위 1%의 아이들을 위해서” 였습니다. 3~5세 아이에게 갖는 목표가 상위1%라니 어이없었지만 저는 저와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최선을 다해서 수업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상위 1%의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서 천만원 가까이 하는 교구를 구입을 하고 120분에 10여만원이나 하는 교육비를 기꺼이 지불하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업을 시키는 부모님들을 보았습니다. 몬테소리 교구수업 외에도 한글, 영어, 구연, 한자 등등..초등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내내 놀 시간이 너무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가기 전에 벌써 느끼는 교육의 무기력증은 아이들의 마음을 많이 다치게 해서 그 모습이 폭력으로 나타나거나, 퇴행을 보여서 곧 초등학교 입학해야 할 아이들이 어린아이처럼 소변을 못 가리거나, 말수가 너무 줄어드는 모습을 종종 보면서 욕심이 지나친 부모님들을 많이 원망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욕심은 아이를 잘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저에게는 보이는 아이의 문제점들이 부모님들은 잘 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기는 커녕 아이들을 더 나쁘게 만드는 걸 너무 가까이서 많이 보았기에 도대체 부모님들이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면서 저 스스로 많은 유혹도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도 여러 가지를 가르치면 좋을 것 같고, 나중에 모든 면에서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에 욕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저한테 수업 받는 아이 중에 정말 힘들어 하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제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나던 날 아이의 얼굴에 표정이 없고, 수업하다가 조금만 어려운 게 나오면 울어버리고, 저 외에도 다른 선생님한테도 수업을 받는데 그 나이 때에 알아야 하는 기본개념도 알 지 못하고, 오랫동안 수업을 하는데 아이의 실력이 나아지지 않아서 왜 그럴까 너무 궁금해서 아이의 가정에 대해서 조사를 하게 되었고 부모님 상담도 하면서 그 아이의 문제는 마음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자기의 생각에 빠져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 보다는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두거나 아이를 위해서 한다고 하는 일들이 일방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밀어부쳐서 아이가 부모님에 대한 불신, 자시 자신에 대한 자존감,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가 전혀 형성되지 않아서 자신도 믿지 못하고 다른 사람도 믿지 못해서 본인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그 아이를 보면서 내 아이를 다시 바라보니 공부를 잘 시키는 게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 아이 이후로는 그와 비슷한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그래서 많은 고민 후 지금은 몬테소리교구 수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 아이가 자라서 이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공부를 하지 않을 수는 없고 공부를 하되 스트레스를 덜 받게 공부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자기주도학습” 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학습코칭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만났습니다.


지금 내 주위에 초등생이 많이 있지만 지금 교육의 현실에 가장 큰 피해자는 아마도 초등 입학 전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의 무게는 초등, 중등, 고등학생의 아이들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났던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들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이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저를 바라보는 힘든 눈동자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야기 해 봅니다.


“아이들아...미안하다...선생님이 너희들을 위해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