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미래가 어두운데 어찌 부모 마음이 밝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부모의 진심이 아니라 '조작된 불안감'이라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상담에서 부모님들이 절실히 고민하는, 바로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 결국 불안감에 휩싸이게 만드는 말들을 파헤쳐보겠습니다.

 

1. '더 이상 고등학교에서 역전이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입시환경은 정말 변화무쌍합니다. 다양한 변화 중에서 하나의 맥락으로,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점점 중요해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사교육이 입시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계속 커져 왔습니다. 학생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부모의 능력까지 필요한 상황에서 당연히 역전은 쉽지 않습니다. 학생이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까지 역전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사실 역전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거의 필요 없는 공부를 학생이 할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외국에 어학연수를 가려면 부모의 경제력이 필수지만 재미있는 스토리를 찾고 자신의 관심사를 영어 자료를 통해 펼쳐나가면 어렵지 않게 학생 스스로 영어 실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수학 전문학교에 가려면 역시 돈이 필요하지만 재미있는 역사를 통해 개념을 배우고 까다로운 수학적 논리를 퀴즈나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면 돈 없이도 얼마든지 수학 실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학생 개인의 노력으로 뒤늦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서 역전을 하는 게 이전보다 어려워진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말 어려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역전이 이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의 확산과 고착입니다. 사실 지금도 역전은 가능하지만 이제는 역전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적 압력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무작정 성적 경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관심을 소중하게 잘 살려가면서 학습능력을 기른다면 역전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역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은 사교육에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됩니다. 눈앞의 경쟁에 대한 불안감이 엷어지고 역전에 거는 기대감이 짙어질수록 사교육 수요는 급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전은 불가능하다고 굳게 믿어야 사교육을 찾게 된다는 사실을 간파해야 합니다.

무한 경쟁에서 계속 앞서나가는 것보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다가 고등학교에 가서 본격적으로 경쟁을 하고 역전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성공확률이 높다고 확신합니다. 지금 성적 그대로 대학 입시 결과가 결정될 것 같은 부모의 불안감은 결코 부모의 진심일 수 없습니다. 사교육 논리에 오염된 사회적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보는 게 옳습니다. 당장 성적은 엉망이지만 아이가 자기 나름대로 관심을 쫓아 열심히 체험도 하고, 책도 읽고 노력하고 있다면 역전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부모의 진심은 바로 그런 기대감이 맞겠지요.(영어와 수학 그리고 독서를 돈 많이 들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찾아야 합니다. 상담위원의 답변에서 특히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과 공부는 게을리 하더라도 자신의 관심을 잘 살려 충분한 독서량을 쌓는다면 역전의 기틀이 마련하고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아깝다 학원비’, ‘아깝다 영어 헛고생소책자를 우선 참고하기 바랍니다.)

 

2. '성적이 부진하면 좌절한다.'

성적이 우수한 경우보다 부진한 경우가 당연히 자신감을 잃을 확률이 높겠지요. 하지만 성적만의 문제로 아이의 자신감과 의욕을 판단하는 것은 너무 좁은 생각 아닐까요. 성적은 형편없지만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학교 시험과 성적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만의 호기심을 발휘하여 무엇인가에 열정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성적이라는 것이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반대로 우수한 성적을 보이지만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우울해지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거의 하지 못하고 오직 시험에만 매달린 결과 성적은 우수하지만 자존감은 위태로운 수준인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성적에 대한 주변의 반응, 특히 부모의 반응이 예민할수록 아이들의 자존감은 심각하게 훼손됩니다.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가치와 존중은 사라지고 오직 성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 받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자존감은 정말 시험성적처럼 늘 위기를 겪는 것 같습니다. 자신감 또는 자존감은 단순히 시험성적에 의해 조형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존중 받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지지와 격려가 있다면 성적과는 무관하게 자존감을 기를 수 있습니다.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성적과 자존감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성적은 그렇다고 하더라고 성적으로 인해 자신감까지 잃게 된다면 정말 희망마저 잃게 될 것 같은 부모의 걱정은 결코 부모의 진심일 수 없습니다. 성적에 대한 과민반응을 유발해야지만 생존이 가능한 사교육의 논리에 오염된 부모의 오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성적이 떨어져도 아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아이의 열정을 지원하는 부모들이 하나둘 늘어난다고 가정해볼까요. 분명 사교육에 대한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성적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아이의 성적을 빌미로 부모 마음을 후벼 파서 불안하게 만들고 결국 사교육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사회 분위기에 놀아나면 안 되겠지요.

 

3. '명문대를 나오지 못한 인생은 고달프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학벌사회가 맞습니다. 명문대 졸업장이 있으면 그만큼 살아가기가 쉬운 게 분명 맞습니다. 특히 사회생활의 출발선에서 명문대 졸업생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별은 여전히 심합니다. 하지만 명문대라는 간판이 없으면 정말 인생이 고달프고 어렵게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스펙만을 기준으로 보면 명문대가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볼 때 명문대는 정말 작아집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엘리트로서의 삶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개척해나가는 사람에게 학벌은 휴지조각에 불과한 게 사실 아닙니까. 우리 사회에는 정말 별다른 학벌 없이 자신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실패를 딛고 실어선 집념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소수의 예외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압력에 직면하게 됩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경쟁 대열이 혹시라도 흔들린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명문대 진학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개척해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성공적인 인생설계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과연 어떤 일어 벌어질까요? 그렇습니다. 명문대에 대한 강박관념을 유발하고 거기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들이 강요하는 패배자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감 역시 부모의 진심일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남을 의식해야 하는 성적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소질과 관심에 집중한 삶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자기 것에 대한 열정 없이 남과의 경쟁에만 몰두한 사람이 명문대 진학에 실패하면 정말 대책이 없는 겁니다. 자기 삶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학벌은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 삶에 충실한 학생은 굳이 성적 경쟁에 일찍부터 매달리지 않아도 자신의 관심을 실현하면서 기른 학습능력을 발휘하면 명문대 진학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사실도 덧붙입니다.

 

나는 누구 편인가?

유리한 경쟁이 있고 불리한 경쟁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성적 경쟁에 유리한 아이들이 분명 있습니다. 공부라는 일에 보다 유리한 재능의 소유자들이겠지요. 그들을 앞에 세우고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사교육이라는 산업에 즐비합니다. 그들의 논리가 바로 역전은 없다, 성적 부진은 좌절이다, 학벌이 필수다라는 주장입니다. 정말 그들의 주장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사실 그들이 의도대로, 결국 그들 편에 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부모 마음이 절실하더라도 사교육 논리에 휘말리게 되면 아이를 위한 부모 역할이 아니라 사교육을 위한 부모 역할이 되는 건 아닐까요?

최소한 초등학교까지 주목해야 할 것은 성적이 결코 아닙니다. 공부에 유리한 아이들의 들러리가 되기를 진정 원치 않는다면 아이의 호기심을 연료 삼아, 관심을 엔진 삼아 아이 스스로 선택한 일에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진정한 승부수라고 생각합니다. 초반에는 경쟁에서 발을 빼고 나중에 준비가 된 상태에서 경쟁에 참여하는 부모의 지혜가 마지막 희망입니다. 부모가 흔들리면 아이들은 뿌리가 뽑힙니다. 조작된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모로서 무엇이 필요한지, 진정한 부모 역할에 대한 고민을 노워리 상담넷에서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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