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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 소장의 부모역할 조언⑥] 마음 이해하기, 도와주기

 

방향 정하기

이번 상담의 주제는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아이'가 되겠지요. 해법을 찾기 전에 먼저 선택 가능한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는 대처방법을 찾는 쪽으로 가는 겁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겠지요. 질문이 그렇게 정립되면 다양한 해법을 찾게 됩니다. 어떤 방법이 더 적합하고 효과적인지, 말 그대로 방향이 정해지면 시야가 달라집니다. 일단 방법을 찾기 시작하면 보통 아이 마음에는 관심을 갖기가 어렵게 됩니다. 당장 어떤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애매한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구체적인 아이의 모습에 주목할 수밖에 없지요.

이번에는 전혀 다른 방향의 질문을 해보지요. '왜 그럴까요?' 질문이 달라지면 효과적인 방법보다는 아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가 됩니다. 이번 상담에서 내담자의 질문은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원인을 알아야 근본적인 원인 치료가 가능한데 증상만 보면 대증요법이라는 덫에 걸리게 되지요. 세상은 원인치료보다는 대증요법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자극적인 대증요법을 개발하면 쉽게 돈을 법니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원인치료보다는 즉효를 약속하는 대증요법이 잘 먹히는 게 요즘 세상이지요. 대증요법 장사꾼들에게 현혹되면 아이들은 자칫 그런 대증요법의 실험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나친가요. 대치동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상한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닙니다. 질문이 달라져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마음의 발견과 이해

저는 말과 행동을 마음의 표현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맞지요. 마음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던 시절 행동만을 놓고 연구를 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어떤 원리를 뽑아냈습니다. 보상과 처벌, 다양한 관리와 통제 기법 등이 그들의 발명품(?)인데 저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1970년대 말부터 과학적인 두뇌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마음도 두뇌의 작용이기에 두뇌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없이 마음을 연구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상담 경험과 학습 그리고 여러 궁리를 통해 제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는 마음의 정체입니다.

본능과 마음 : 사람에게는 본능이 있으면 본능이 작동하면 어떤 마음이 일어난다. 본능처럼 마음도 변화무쌍하다. 마치 홀로그램처럼 보는 각도(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변화무쌍한 마음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종종 마음이 아닌 행동을 통제함으로써 마음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걱정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마음을 잘 이해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며 부작용이 없다.

경험과 마음 :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변화에 맞춰 매우 예민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바로 마음이다. 주변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민감하게 반응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이 바로 마음이다. 하지만 일정한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마음에서 비슷한 반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마음에도 습관이 생긴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아이! 기질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어떤 경험을 통해 지나치게 자극을 받아 남의 시선에 매우 예민하게 작동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며 본인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마음을 갖게 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공부하다

생각과 마음의 관계 : 마음의 실체를 인정하더라도 참 어려운 점은 바로 마음의 작동 원리와 그에 따른 활용법을 알기가 애매하다는 점일 겁니다. 하지만 생각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간단한 실험을 해볼까요. 노력을 했으면 꼭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생각과 열심히 노력했으면 그것으로, 결과에 관계없이 만족할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 다르지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이번 올림픽을 관전하면서 일어나는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를 바라보면서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들의 열정과 투혼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우선 생각과 마음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말이 있지만 역시 애매합니다. 하지만 언어라는 수단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은 보다 분명합니다. 마음보다는 생각을 조절하는 것이 쉽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성선설과 성악설 : 마음을 다루는 학문을 심리학이라고 하지요. 학문의 영역이기에 모두 과학적인 연구를 추구하지만 저는 연구자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생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성선설을 믿는다면 아마도 사람의 마음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한 연구를 하게 될 겁니다. 성악설은 당연히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지지하시는지요?( 참고로 저는 성선이나 성악으로 규정할 수 없으며 '가능성의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뇌 가소성 이론 : 국재론에 반대되는, 그러니까 두뇌의 특정 부위가 특정 역할을 담당한다는 기존 이론을 뒤집는 새로운 주장이 두뇌 가소성 이론입니다. 두뇌는 고정적이지 않으며 쉽게 휘는 속성(가소성)을 가지고 있다는 학설인데 사람의 성격도 쉽게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됩니다. 가소성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뇌는 너무 쉽게 달라지기 때문에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습관이나 성격이라는 것이지요. 두뇌가 사람의 신체부위 중에서 가장 부드럽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형술이 몸을 고치듯이 마음에 대한 이해와 치유를 통해 보다 바람직한 마음으로의 성형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소성의 역설이라는 덫에 걸려 고집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아이, 우선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원래 그런 아이라는 생각, 기질적인 측면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아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마음의 발아조건

특히 실험심리학 등의 연구성과에 힘입어 이제는 마음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마음에 대한 최신 연구성과에 대해 겸손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에도 품격이 있다는 주장이 있지요.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을 보면 동기가 벌을 받지 않기 위한 낮은 수준에서 가치관에 기초한 행동양식까지, 마음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매슬로우는 동물적 욕구 수준에서 자아실현이라는 고차원의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발달단계에 따라 또는 욕구 충족 여하에 따라 마음의 품격이 달라진다는 주장인데 그 부분에서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사람의 마음은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애나 어른이나 수준 높은 자극을 하면 그 수준에서 반응할 것이며 낮은 수준을 자극하면, 고매한 인격은 그저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 표면화되는 것은 저질 마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씨앗에 비유해보면 어떨까요. 제대로 발아를 하려면 온도와 수분, 햇빛이 필요합니다. 적정 온도, 충분한 수분, 적절한 햇빛이 어우러진 조건에서 발아하고 성장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분명 다르겠지요. 사람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의 마음을 보면서 가치 판단을 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어떤 조건에서 발아하고 성장하였는가, 마음을 성형한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람 마음에 최적인 발달 환경은 무엇일까요. 우선 자율과 타율의 문제입니다. 자율성을 인간의 본능으로 인정하고 그래서 최대한 자율적으로 마음을 쓸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면 누구나 자율적인 마음의 소유자가 될 것입니다. 다음은 경쟁과 성장의 문제입니다. 사람의 본성은 경쟁보다는 협동을 좋아한다는 연구결과를 존중합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해 스스로 성장한다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굳이 경쟁을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내적 동기가 충만한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기심과 이타심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타적인 삶의 보람을 만끽하게 된다면 정말 남을 돕는 삶이 희생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아이,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요? 우선 아이의 마음에서 혼란이 생기거나 갈등하게 만드는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 하겠지요. 바로 '타인에 대한 지나친 의식'도 존중해야 합니다. 아이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하거나 설득하려고 들면 아이 마음에 소용돌이가 칠 게 확실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일은 자신이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부모도 포함하여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마음의 비중이 커질 것입니다. 우선 부모부터 경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부분에 부모도 관심을 집중시켜 아이 스스로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아이 마음도 성장할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이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행복을 함께 키울 수 있는 파트너라는 생각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 부모의 마음

남을 극도로 의식하게 만드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제가 제시한 해법 모두 애매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방향성으로 고민해주기 바랍니다.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대 기로에 섰다고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쉬운 방법과 어려운 방법, 구체적인 방법과 애매한 방법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때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생각입니다. 어떤 방향을 보고 나아가려 하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오랜 상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입니다. 처음에 방향을 고민할 때와는 달리 일단 방향을 잘 잡으면 그때부터 쉬운 방법, 구체적인 방법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거나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지를 갖고 선택하는 순간 방법도 그만큼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