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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등대 3강 강의스케치] 커피를 후라이팬에 볶은 이유...

5월 16일 저녁 7시, 역시나 반가운 얼굴의 선생님들이 강의실에 속속 도착하고, 교사등대학교의 3강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교사, 미래 사회의 변화를 내다보다.’라는 주제로 도움과 나눔의 최영우 대표님께서 강의해 주셨는데요, 최 대표님은 교육 기관의 컨설팅을 하면서 교육에 대해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고 교육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셨다고 하네요.

본격적인 강의를 위해 먼저 우리 사회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유동적 사회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고 사회적 기술과 기반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며 안정감의 원천이 사라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원인으로 한 곳에서의 변화가 동시에 여러 곳에 영향을 주는 세계화와 동조화, 정보산업·창의적산업의 역할이 커지면서 급변하는 산업구조, 더 이상 안전한 방주가 되지 못 하는 기업, ‘실버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80살까지 노동을 해야 하는, 강요받는 고령화 사회, 이에 따른 개인 생애주기 변화, 이민·이주 등으로 지리적·문화적 이동의 확대 등을 꼽으셨습니다.

위와 같은 불안하고 유동적인 사회는 직업과 직장에 영향을 주게 되었는데요, 많은 수의 직업을 가져야 하고, 직장도 자주 옮겨야 되는 시대인 것이지요. 따라서 중·고등학교 때 결정한 직업이 5년도 채 가지 못 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의 진로·진학 지도의 거품에 대한 심각성을 언급하셨습니다. 어른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빨리 직업을 정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잘못된 지도 방향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진로교육 지도 방안에 대해 작은 팁을 주셨는데, 구체적인 직업을 알려주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아이의 전반적인 경향성을 알려주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유동적인 사회에서 어떤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요? 유동적 사회에서 안정감을 갖는 사람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전에 몇 가지 사진을 통해 시사점을 주셨습니다. 이를 위해 최 대표님께서 버려진 나무로 직접 만드신 의자와 책꽂이, 후라이팬에 볶는 커피 등의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커피전문가에게 커피 볶는 법을 물어보니 그냥 볶으면 된다길래 후라이팬에 볶아보았다는 대표님의 일화는, 그 엉뚱함에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요, 이것을 통해 최 대표님께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손수 할 수 있는 일을 전문가에게 맡김으로 스스로 무력감에 빠져있는 현실을 꼬집으셨습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것 즉 전문가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어서 교육에 대한 다른 색깔의 세 가지 물음을 주셨는데요, 먼저 한국은 교육방식과 커리큘럼에 대한 물음에서 교육의 주체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은 가정의 교육을 부정하고 교사가 과잉 책임을 떠맡고 있는 실정인 것 같다고 하시며, 가정의 역할을 재발견하지 않고 부모를 교육의 자리에서 계속 소외 시키는 것은 큰 위험이므로 가정과 부모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에 대해 동기 부여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더불어 아이들의 학습 능력에 대해서도 믿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학습에 대한 조력자이자 디자이너로 제자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발굴해 주어야 한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도와줄 사람이 많기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본질을 경험한 분의 강의를 듣도록 사회와 네트워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즉 학생들이 자기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사회와 연계해 주는 역할을 교사가, 공교육에서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교육에 대한 다른 색깔의 두 번째 물음은 지식의 양과 속도에 대한 물음에서 지식의 구조와 본질 이해에 대한 물음으로 변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삼학제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우선 삼학제(Trivium)’에는 문법(Grammar), 논리학(Logic), 수사학(Rhetoric)이 있다고 합니다 

문법은 지식의 본질로, 모든 학문에는 구조가 있는데 학습에 있어서 구조의 본질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응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모든 교사들이 많은 업무와 방대한 교육의 양으로 압도되어 있는 현실일지라도 교육의 구조를 정확히 알고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면 지금과 같은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논리학은 이렇게 지식의 구조, 본질을 알고 난 후 응용을 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엔 아이들이 반항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합니다. 신이 태초부터 이 시기는 성인기로 이행하는 과도기 과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들이 올바른 비판력을 갖고 예리한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적합한 학문이 논리학이라고 하네요. 수사학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공부만 하는 아이들은 의사소통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사회에서 더불어 일할 때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법, 논리학, 수사학을 통해 학문을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입시를 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이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실용학문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전이가 가능한 지식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즉 문법, 논리학, 수사학을 많이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교육에 대한 다른 색깔의 마지막 물음은 사랑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랑 받는다는 느낌이 도덕성 발달과 지적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아마 절대적일 텐데요, 사랑을 깊이 받은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되지 않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지적인 자극을 주려고 하는데 사랑 받는다는 느낌이 없는 아이에게 사랑하라는 것을 가르치면서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교사가 아이에게 계속해서 열등감을 주며 무시하는 행동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가치 없는 존재로 생각하게 한다며 사랑이 회복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배우는 이유가 사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대표님은 물질과 명예에 얽매인 배움은 쉽게 무너지지만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배움은 경쟁력이 있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학습동기로서의 사랑을 강조하며 강의를 맺으셨습니다. 한 수강생 분이 소감문 게시판에서 행복한 수요일 밤이 되었다고 하신 것처럼, 강의가 끝나고 돌아가는 발걸음들에는 감성 충만한 좋은 영화를 한편 본 것처럼, 혹은 오랜만에 소중한 친구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가슴이 촉촉해지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교육의 문제가 거창한 지식의 아니라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해결 가능할 수 있겠다는 단순한 희망, 뭔가 모르게 일상 속에서 더 행복한 길을 찾아가며, 그 안에 깃들인 영원의 의미에 대해 고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 같은 것일까요?

교사등대학교 4(5/22 )은 성공회대 고병헌 교수님의 강의로 진행됩니다. 점수, 등수 중심의 진학지도를 벗어나, 흥미, 적성 중심의 진로지도로 가는 길, 고병헌 교수님이 특유의 통찰력으로 친절하게 알려주실 것입니다. 교사등대학교 4강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