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뉴스레터]상담넷 뉴스레터 소식

[베스트 상담글④] 책을 읽어주는데 집중하지 않아요..

Q. 제가 책을 읽어주는데 집중하지 않는거 같아요. (오지랖님 상담 요청글)

 

초2학년 남아입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책에 대한 거부감은 없구요. 도서관 근처에 살때는 자주 다녔지만 초등학교 입학하고 집과 멀어지면서 도서관 가기 쉽지가 않았습니다. 집에는 웬만큼 책이 있고 아이가 몇번씩 보기도 한 책도 있구요.

혼자서 읽지 않을려고 하여 계속 읽어주고 있는대 어느순간 책을 읽어주면 누워서 듣겠다고 합니다. 첨엔 그렇게라도 들어라하고 읽어줬는데 그러다보니 점점 아이가 다른 짓을 하기 시작하드라구요. 그리고 듣다가 잠이 들기도 일쑤구요. 다음날 다시 읽어주면 처음 보는 책이라고 말 합니다.

제 고민의 요점은

1. 혼자서 책을 읽지 않을려고 하는점

2. 엄마가 읽어주는데도 집중하지 않는점

3. 어휘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

(한자를 넘 좋아해서 1년째 배우고 있습니다.)

 

 

A.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함께님 답변)

 

안녕하세요.

아드님이 혼자서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군요. 스스로 잘 읽으면 좋으련만... 엄마 맘에 들게 행동하는 아들은 별로 없어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니 지적 에너지 못지않게 ‘움직임’에 대한 욕구가 클 때입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집중하는 것보다는 활동을 좋아하지요. 문제는 그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자제력이나 판단력이 동시에 성숙되지 못해서 외적으로는 산만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은 그 나이에 대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혼자서 책을 읽지 않는다고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주다보면 딴 짓을 할 때가 많을 거에요. 그러다보면 읽어주는 엄마 입장에서는 짜증도 나고 읽어주고자 하는 의욕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웬만한 엄마들은 자제력을 잃고 짜증내거나 앞으로는 안 읽어주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합니다. 결국 분위기가 나빠집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책읽는 것을 떠나 그 분위기를 싫어하여 결국 책읽는 것에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남자 아이이고 초등학교 2학년인 점을 감안하면 혼자서 읽기 싫어하고, 딴 짓 하는 것이 특별한 문제는 아닙니다. 꾸준히 ‘잘’(이하 설명) 지도하시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입니다.

또, 책을 많이 읽었는데도 어휘력이 보통의 아이들보다 너무 떨어진다면 책을 읽은 효과가 많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의 어휘는 책을 통해서도 익히지만 대부분은 일상 생활의 대화를 통해서 배웁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어휘를 접할 수 있는 '대화 환경'이었는지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네요. 지시, 확인 등의 질문이 아닌 사고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거 대단히 어려워요^^*

 

***아이가 책 읽는 과정에서 다른 짓을 할 때는 책이 재미없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동기는 ‘재미’입니다. 따라서 어떤 행동을 하지 않거나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행동이 재미가 없는 것입니다. 다음 예를 통해 우리 아이가 어떤 점에서 재미 없어하는지 확인 바랍니다.

책 읽기가 재미없는 이유는

1)책 자체가 재미 없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어른의 입장과 기준으로 책을 고를 때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책은 어른들이 어떻게 읽히든 아이가 집중하기 힘듭니다.

2)책 내용이 어렵거나 아이가 관심 갖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은 만큼 정비례해서 아이들의 인지 수준도 따라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가끔 부모들이 책을 많이 읽혔으니 좀더 높은 수준의 책을 욕심냅니다. 그러다보면 아이의 수준을 넘어서는 책을 고르게 되고 결국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책이 되고 맙니다.

3)부모의 욕심이 지나치게 주입되면 책이 재미없어집니다. 아이들은 재미로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다른 이유로 책을 읽힙니다. 즉, 어휘력 향상, 국어 성적 향상, 지식 획득 등을 기대합니다. 그러다보면 아이는 순수하게 책을 읽지 못하고 마치 숙제 검사 당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쉽게 뇌가 지칩니다. 뇌는 피곤해지면 다른 짓을 하거나 잠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4)책을 재미없게 읽어주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상황에 맞는 갖가지 '표정'과 '목소리'를 바꾸어 가며 읽어주면 아이들은 더 쉽게 집중합니다. 같은 톤으로 계속 읽어주면 아이들은 지루해해요. 당연히 딴짓하고 집중하지 못해요.

5)아이의 반응을 이끌어 내며 읽어야 해요. 일방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질문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서로 책을 매개로 의사소통해야 해요. 이렇게 읽히면 독서의 열매가 더 커요.

다음을 점검해 보세요.

1.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인지 부모가 좋다고 생각해서 읽어주는 책인지?

-어린 아이들에게 좋은 책은 재미있는 책입니다. 물론 재미가 책 선정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그 다음에는 유익하고 건전한지 점검하셔야 합니다.

2. 책의 수준이 아이의 인지 수준에 맞는지?

-아무리 재밌고 유익해도 아이의 지적 수준에 맞지 않으면 집중시킬 수 없어요.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무리 재밌어도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지루한 쇼에 불과합니다.

3. 너무 늦은 시간에 책을 읽어주어 쉽게 피로감이 몰려와 잠이 드는 것은 아닌지?

-아이가 책을 읽고 싶은 때 읽혀야 합니다. 부모의 편리에 맞춰 읽는 시간을 정하셨다면 아이가 책을 가장 재밌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찾으셔야 합니다.

4. 책을 읽어줄 때 기대가 커 강요하는 분위기가 없었는지?

-책을 읽히겠다는 욕심으로 읽기를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읽히려고 해서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5. 부모의 기대를 아이에게 전달해서 부담을 주지 않았는지?

-부모는 독서지도를 하는 사람입니다. 독서지도의 제 1 목적은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지 어휘력 향상에 있지 않습니다. 다른 욕심은 내려놓고 단지 재밌게 맘껏 읽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6. 책보다 더 재밌는 것이 가정에 있으면 안 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동기는 ‘재미’입니다. 그 아이들이 앞으로 수능 시험에 도움이 되니 미리 읽어두자 하고 읽는 것이 아니지요. 그런데 가정에서 텔레비전, 게임, 핸드폰 등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아이는 책보다는 이런 매체에 더 쉽게 흥미를 갖게 됩니다. 동시에 책에 대한 흥미는 떨어지지요. 그러니 이런 매체에서 아이를 차단시켜주어야 합니다.

“무엇을 배우려면 무엇을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무엇을 시키는 사람이 아닙니다.)

요리를 배우려면 요리하는 사람을, 운동을 배우려면 운동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듯 책을 읽으려면 책 읽는 부모를 만나야 합니다. 단순히 책을 읽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아무리 가치 있는 것도 본인은 하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시킬 때 그 행동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싫어하는 것을 자신에게 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히는 것도 좋은 독서지도 방법이지만 함께 책을 읽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시키는 독서’가 아닌 ‘함께하는 독서’ 분위기를 만들어보세요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