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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뉴스레터]상담넷 뉴스레터 소식

[박재원 소장의 부모역할 조언③] 사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습관

 

학교 수업을 통해 배움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특히 예습과 복습이라는 방법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것이 습관이 된다면, 단언컨대 공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교육을 우상화하는 문화에 오염된 사람들은 뻔한 소리라고 비웃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가장 강력한 공부전략임이 확실합니다. 학생들의 일상에서 가장 긴 학교 수업시간을 통해 얼마나 많은 공부소득(?)을 얻느냐에 따라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습시간을 학교수업에 대한 예습과 복습에 할애하면 수업과 자습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무시하고 사교육을 받고, 사교육에서 내준 숙제를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학교 안의 수업과 학교 밖의 공부가 서로 충돌하면서 상승의 반대인 상쇄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학생들의 공부를 오래 연구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학생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뇌기반학습 등과 같은 첨단 학습법도 눈여겨볼만 하지만 여전히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적인 승부처는 바로 학교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활용능력이었습니다. 학교 안과 밖의 공부가 서로를 살리는 전략을 선택하면 정말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수업과 자습의 상승효과를 톡톡히 본 학생들은 여전히 지금도 개천에서 난 용이 되고 있습니다.(단 사교육에 오염된 인식이 그렇게 보지 못할 따름입니다.) 반대로 대다수 서로를 죽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정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물론 대다수의 선택이기에 그들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돈도 많이 들고, 부작용도 심각하며, 정말 낭비가 심한 그런 공부에 적응할 수 있는 소수만의 성공을 위해 대다수는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는, 정말 위험천만한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추천 상담의 요지인 효과적인 예습과 복습의 습관화에 대해 알아보지요.

 

1. 행동과 마음의 문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사교육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인식은 진일보입니다. 하지만 습관에 대한 강조가 지나치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마음이 없는데 행동을 하는 것은, 그것도 꾸준히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요. 습관 이전에 마음을 잘 살펴야만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습관을 기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생활습관과 달리 공부습관은 특히 그렇습니다. 행동(습관)을 결정하는 마음(동기)을 보지 못하면 실패하기 마련이지요.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쉽게 쓰는 방법이 외적 동기입니다. 당근과 채찍이라고 흔히 말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습관을 위해 사용하는 보상과 처벌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오히려 거부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십상입니다. 어떤 행위를 처음 시작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 행위가 지속되려면 반드시 내적 동기가 충족되어야만 합니다. 저는 내적 동기를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배가 고프니까 먹기는 하겠지만 맛이 없으면 억지로, 어쩔 수 없이 먹게 되겠지요. 하지만 우연히 맛을 보았는데 정말 맛이 좋으면 계속 먹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점점 공부를 게을리 하는 아이와 열심히 하는 아이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맞을까요? 머리가 좋고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 어떤 맛을 느꼈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공부를 하면서 유쾌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면 당연히 공부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집니다. 공부에 대한 자발성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런 상태에서 습관화는 정말 쉽습니다. 입맛에 맞는 메뉴를 찾은 다음에 매일 먹게 하면 자연히 가장 좋아하는 메뉴, 바로 습관이 되는 것입니다. 자칫 마음을 보지 못하고 행동에만 집착해서 마음을 잃게 되면 정말 후한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공부를 하면서 어떤 느낌을 갖게 되는가? 습관을 생각하기 전에 꼭 살펴야 할 핵심 대목입니다. 참고로 공부의 참맛을 빼앗아 가는 정말 맛없는 공부의 예들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숙제

-무작정 해야만 하는 반복학습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참고 하는 공부

-궁금하거나 어려운 것을 물어보지 못하고 그냥 해야 하는 공부

-준비정도와 상관없이 주어진 시간에 마쳐야 하는 시험공부

-주로 활자만을 가지고 공부해서 따분하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공부

-외롭게 혼자서 하는 공부

-감시감독을 받는 공부

최소한 위와 같은 공부를 피하면서 습관화를 시도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습관화에 성공하면 공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게 공부습관이라면 조급하게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단기간에 해결해야 겠다는 욕심도 버려야 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나하나 잡아나가야겠다고 생각해야 행동(습관)보다는 마음(동기)를 살필 수 있습니다.

 

2. 의지와 환경의 문제

환경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면 습관화는 너무도 쉽게 실패합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의지가 강해야 한다는, 매우 한국적인 사고방식이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입니다. 종종 유명인들의 인터뷰에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려웠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어지는 자신의 영웅담이 매력을 더하기는 하지만 저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도 어린 시절, 지금의 학생들처럼 유혹에 약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도 주변의 유혹에 자발적으로 넘어가려는 의도를 가지지 않습니다. 할 일이 있는데 유혹이 생기면 이겨내려고 합니다. 다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따름입니다. 누구나 기를 수 있는 체력처럼 충동이나 감정 조절도 노력하면 강해진다고 봐야 합니다. 아직 의지를 기르지 못한, 의지를 기르는 단계에 있는 학생들에게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강한 의지의 소유자들이 보이는 오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급적 유혹을 느끼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습관화를 위해 꼭 실천해야 할 항목을 미리 정해놓고 의무적으로 하라고 요구하면 실패합니다. 무리가 요구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있어도 아직은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가정을 방문해서 살펴보면 정말 공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공부와 어울리지 못합니다. 여기저기에 약한 의지로는 이겨내기 어려운 유혹들이 즐비합니다. 먼저 약한 의지로도 실천할 수 있는 양호한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기 바랍니다. 유혹하는 대상에 대한 특별 관리와 분명한 사용규칙을 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냥 의지로 이겨내라는 요구는 결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환경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모습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아이에게는 습관을 요구하고 부모는 방종하는 생활을 한다면 성공확률은 정말 희박합니다. 습관화 초기 단계에서는 최소한 부모가 함께 하는 모습이 정말 중요합니다.(그렇다고 부모가 무엇을 억지로 하라는 말은 아니겠지요. 부모 입장에서도 동기가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아이와 함께 좋은 기회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겠지요.) 보통 습관이라는 것은 의지가 결과물이 아니라 어떤 환경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3. 효과적인 방법이란

보다 강력한 효과에 대한 욕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다이어트 약도 부족해 지방흡입술이라는 직효와 특효를 선호하는 세상입니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집중력 강화제, 기억력 강화제가 음성적으로 유통되기도 합니다.(아직 효과를 봤다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부작용 사례는 심심치 않게 봅니다.) 저는 정말 수없이 많은 공부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방법을 모아놓고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가, 기준을 정해 순위를 매길 수는 있지만 그런 일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주변에서는 자주 묻곤 합니다.)

방법은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지요. 실행을 위해 존재하는 수단인데 그 주체가 실행하지 않으면 어떤 효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아무리 효과가 떨어지는 방법이라도 꾸준히 실행하면 반드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욕심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이 실천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성공합니다. 효과만을 쫓는 사람의 비참한(?) 최후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효과라는 기준이 아니라 얼마나 잘 실천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인지가 핵심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양한 실험을 제안합니다. 공부를 시작해서 끝내기까지의 시간, 어떤 교재가 좋은지, 읽기와 말하기 그리고 쓰기 등등 다양한 공부조건과 교재와 교구 활용, 다양한 공부방법에 대한 실험을 해봐야 합니다. 습관화에 성공하려면 효과적인 방법을 정해놓고 그걸 반복적으로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대부분 실패합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반복적으로 실천하기가 쉽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유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내적 동기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실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고 재미도 있는 방법을 찾아낸 다음에 습관화에 도전하면 대부분 성공하게 됩니다. 다양한 방법은 메뉴라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아무리 영양가가 높아도 아이가 싫어하면 먹지 않습니다. 어떤 효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내 아이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4. 부모의 역할

대증요법이 아니라 원인치료에 집중해야 합니다. 습관이 문제라는 생각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쁜 습관은 증상일 뿐 원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억지 춘향격으로 왜곡된 동기, 어린 학생 수준의 의지력으로는 이겨내기 어려운 환경의 유혹, 자신에게 잘 맞지 않아 실행하기 어려운 계획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쁜 습관을 통제와 관리를 통해 좋은 습관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대증요법에 해당됩니다. 대증요법은 대부분 실패합니다. 생각을 바꿔서 원인 치료 쪽으로 부모역할의 방향을 잡아야 아이들의 공부를 도울 수 있습니다.

 

1단계 : 방향과 역할을 분명히 정한다.

학교를 버리지 않고, 최대한 학교를 활용하는,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효과적인 공부방법의 습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모가 먼저 다짐해야 합니다. 보통 빡센 공부(Study hard), 그러니까 성적이 나쁘면 주로 사교육을 활용해 공부를 더 시키고 보자는 쪽이 부모들의 성향에 맞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Study smart'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겠다는 결심을 하셔야 합니다.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최소한 초등학교 단계까지는 성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유쾌한 공부, 효율적인 공부가 몸에 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기 바랍니다. 경제력이나 정보력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좋은 공부습관을 들이기 위해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면 분명 모두가 좋은 부모가 될 것입니다.

2단계: 환경과 생활을 관찰한다.

아이들의 생활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면 공부에 유리한 시간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주말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등 관찰을 통해 유혹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면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의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발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의 힘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특히 예습과 복습의 습관화를 위해서는 하루 주기와 일주일 주기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하루 주기의 예습과 복습 그리고 주말 주기의 총정리를 잘 설계하면 효과는 배가됩니다.

3단계: 습관의 순서를 정한다.

순서를 잘못 정하면 습관화는 이내 난관에 빠집니다. 아이가 어떤 공부(과목, 교재, 방법 등)에서 유쾌한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잘 살려야 쉽게 습관화가 됩니다. 유쾌한 공부부터 습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과목을, 좋아하는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만 합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습관화를 시도할 후보 목록을 정하고 아이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우선순위와 순서를 정하는 과정을 꼭 거치기 바랍니다.

4단계: 함께 노력한다.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좋은 습관을 보여준 부모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도해서 성공하고 싶은, 부모의 습관 목록을 정해서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사교육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가 없을 것 같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세상입니다. 정말 사교육이 위력적인 것일까요? 학교 수업을 무시할수록, 공부습관이 아니라 더 일찍, 많이, 빨리 시키기 경쟁을 할수록 사교육은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됩니다. 하지만 방향을 틀어 학교 수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학교 수업에 대한 예습과 복습을 통해 더 일찍이 아니라 제 때에, 더 많이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을, 더 일찍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맞게 공부를 하게 되면 사교육을 맥을 추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가 더 빨리 깨닫느냐에 따라 부모의 행복도, 아이의 성공도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