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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미니대학(2011)

[미니대학 3강 강의스케치] '제빵왕 김탁구'를 알면 대학의 미래가 보인다...

 

 

‘제빵왕 김탁구’를 알면 대학의 미래가 보인다

 

‘당신은 김탁구와 구마준 중 누구를 입학시킬 것인가?’ 라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한 미니대학 4강, 경희 사이버대 안병진 교수님의 강의입니다. 한겨레 칼럼 “세상읽기”에 톡톡 튀는 글들을 기고하시며, 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전 실행위원으로 탐방 차 미국대학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하시는 안병진 교수님께, 대학의 미래에 대한 ‘위대한’, '어마어마한‘ (안 교수님께서 강의 도중 자주 사용하시던 단어들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미니대학 6개 강좌를 지상중계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2강 조기숙 선생님 강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사in 미니대학 중계 기사(2011.7.6. 제 199호) 보기 (클릭) )

 

강의 PPT 첫 화면에 나온 ‘제빵왕 김탁구’를 보고 그 드라마와 대학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안병진 교수님은 ‘제빵왕 김탁구’만 제대로 이해해도 대학의 미래가 보인다고 포문을 여셨습니다. 학력도 없고 부모도 일찍 여읜 가난뱅이이지만 일하는 삶의 현장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배우고, 혈연으로 섞인 가족이 아니지만 그보다 더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김탁구야말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대학’의 모델 학생이 틀림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렇듯 대학은 더 나은 인간, 더 행복한 삶을 위해 공부하는 곳이고, 공부란 책 속에서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실천의 만남에서 성숙해가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더 나은 인간을 위한 대학이 되어야 함에도 지금의 대학은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미 미국대학들은 이 위기를 깊이 각성하고 기능적 직업교육 및 소비자 중심주의에서 비판적이고 윤리적이며 복합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 교육으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21세기의 새로운 메가트렌드는 ‘공적 인간의 부활’을 지향하며, 대학은 구성원의 만족을 넘어 인류와 지구의 공적 기관으로 역할을 선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하버드대학의 파우스트 총장, 펜실베니아의 것만 총장 등은 공적 인간형 지향 철학을 표방하며 “21세기 대학은 지구적 아젠다 형성과 함께, 공익과 지구 현안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더 나은 인간, 변화한 인간은 한 국가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지구적 존재로서 사고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적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대학들은 그러한 인간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 선진 대학들로부터 시사를 얻어 구상한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교양대학’은 ‘후마니타스’가 일반적으로 ‘인간’ 또는 ‘인류’를 의미하는 말로 이해되고 있지만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문명을 만드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처럼, 경희대학측도 후마니타스의 의미를 “문명을 만들고 문명을 성찰하면서 지구 문명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인간”으로 해석하고, 이를 학부 교양교육에서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강의에서 특별히 인상깊었던 것은, 대립되는 여러 개념들이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 새로운 가치로 창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지금 대학은 과거 고대와 중세시대의 도제식 교육의 전통에서 그 정신을 배울 필요가 있지만 무조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대의 기술력, 집단 지성적 지식 계발이 융합되어서 더 나은 새로운 교육이 탄생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많은 대립되는 개념들의 통합 즉,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의 융합, 진보와 보수의 협업, 인간과 자연의 조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공존, 학문과 실천의 창조적 융합, 기업과 공적 가치의 만남, 정부와 효율성의 만남 등 두 영역간의 가치의 융합 등 새로운 관점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어느 하나를 취하고 어느 하나를 버리는 배타성이 아니라, 양자를 취하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에 살아갈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자주 언급되는 협업능력, 소통능력, 네트워크 능력의 의미와도 만나게 됨을 알게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반값등록금 운동’에서 촉발된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 비전도 어떤 한 체제를 선택할 것인지 하는 양자택일적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 유럽 대학 등의 성공과 한계를 보고 더 나은 체제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또한 지금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에 가장 부족한 것은 대학의 공적 역할, 인류 문명에 대한 책임의식 등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그 출발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며,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교양대학의 실험이 우리나라 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구상하는데 큰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신 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니대학 4강(7월 7일, 목)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평생학습전문가이신 서울대 교육학과 한숭희 교수님께서 강의해주십니다. 대학 서열화와 학벌 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을 경청해봅시다. 그럼 4강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