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1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 교실밖교사커뮤니티,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이 주관한 [아깝다 학원비! 전국독후감대회]에서 학부모 부문 장려상으로 당선된 글입니다.

                                             "정의야, 학원비 갖고 튀어“

                                                                                                                    최재욱님

“햇살이 너무 좋다.”
벤치 끝에 앉아 있던 아내가 말합니다.
“벌써 일 년 됐네?”
“뭐가?”
“우리 등대지기 학교 졸업식 다녀 온지 말이야.”
“그러게...”
"당신이 나 대신 ‘아깝다, 학원비!’ 독후감 좀 써라.“

아내의 갑작스런 말에 황당한 저는 잠시 할 말을 잊었습니다.
“당신이 써··· 왜 나한테 그래?”
“난 바쁘잖아, 그리고 당신 그때 좋았다면서 그리고 내가 후기 쓰는 것도 잊었고 당신이 우리가족 대표로 써서 보내. 알았지?”
“···.”
오늘 아내와 함께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청구인 서명지를 우편으로 붙이고 오는 길에 공원 벤치 양 끝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아내의 등대지기 학교 졸업식에 다녀와 짧게나마 후기를 남겨야지 하면서 게으른 천성에 그만 놓쳐 버렸네요. 많이 늦었지만 이 기회에 글을 올립니다.

작년 6월 햇살이 따사한 오후 우리 가족은 아내의 등대지기 학교 졸업식을 참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있었습니다. 한껏 부풀어 오른 아내와 달리 전 솔직히 입이 나와 있었죠. 제가 아는 상식으로 ‘사교육없는세상’의 의도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현실의 교육에 문제점을 짚고 학원교육을 받지 말자라는 것 아닙니까?
아닌가요?
아니더라고요.

아무튼 그날 저는 남아공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의 개막경기관람을 앞두고 끌려가는 소 마냥 이래저래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습니다.일찍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구경하다 정식 행사를 참석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해 주셨더군요. 송인수 대표님의 주관으로 긴 시간동안 토론과 자성의 목소리를 나누면서, 순간··· 아! ‘사교육없는세상’은 평범한 내용에 해묵은 진실과 해답을 제시하는 교육 개혁을 논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우리에게 내 아이들을 이야기하며 나를 보게 해주었고, 나를 이야기 하며 아이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생각하고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해주는 곳 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완전” 좋은 곳이었습니다.

‘아깝다, 학원비!’ 출판기념회에서 가져온 따끈한 책을 펼쳐 촘촘히 읽어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점수를 체크하고 (“아, 우리가 왜 이렇게 됐지?” 60점 조금 넘는 점수에 나와 아내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습니다. 참고로 저의 딸아이는 그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책의 내용들을 구석구석 짚으며 아이에게도 읽어 주었는데 이해를 하는 부분도 있고 못하는 부분은 알아서 해석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특히 ‘우리 집이 달라졌어요.’체험 수기를 읽어 주면 깔깔 거리고 웃습니다. 뭘 알아서일까요? 저도 좋은 건 알겠죠.

저의 부부는 우선 이 책의 내용을 지표를 삼아 각 과목별로 분류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목표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실천하기 위해 여러 선생님들이 말씀하신 데로 성급한 욕심을 죽이고 한걸음 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그 내용을 잠깐 적어 보면.
첫째, A4용지에 칸을 나눠서 그날 그날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짧게 적어 복습의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가지고 주말에 저와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처음에는 방법을 찾지 못해 좀 어색해 하더니 나중에는 장난도 치며 저를 가르치기까지 하더군요.)
둘째, 지역의 도서관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행사하는 프로그램은 뭐든지 적극적으로 참가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5월에 독서골든벨과 6월 독서감상문 대회 참가신청을 해놓았습니다. 물론 즐거운 체험이 되기 위해 아이와 의논하는 것은 필수지요. 그리고 가까운 지역 외에 조금 떨어져있는 도서관을 찾아 가면 환경도 새롭고 이용하는데 다른 즐거움이 있더군요.)
이렇게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지만 아주 가끔씩 아내가 동창모임이나 친구들과 만나고 올 때 약간 아주 조금 주눅이 들어오는 모습에 아직 좀 더 선생님들과 동지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카이스트 학생들의 비극은 치를 떨게 합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현실입니까. 지금 우리는 경쟁의 결과와 성과주의에 벗어나서 인간다운 삶을 찾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가능성을 철저히 짓밟는 교육구조와 사교육에서 사육되는 현실을 빨리 바꿔야 합니다.
그러기에 ‘사교육없는세상’ 선생님들과 여러 회원님들 함께 있어 정말 다행스럽고 감사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해 헌신적인 노력하시는 여러분께 열렬한 박수와 응원으로 보내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새날은 꼭 올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날을 위해 같이 뛰어 가면 됩니다. 저희 부부도 넘어지고 뒹굴며 함께 뛰어 가겠습니다.

제 책장 한 모서리에 있는 ‘아깝다, 학원비!’ 책 양 옆으로 셀던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라는 일본 소설이 같이 꽂여 있습니다. 가만히 자리하고 있는 책들을 보면서 이상한 연관성을 느꼈습니다. 책 세권 모두 세상을 향해 던지는 돌발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 책 세권이 합체 된 것을 생각합니다.

셀던 교수의 하버드 강의실에서 소설 ‘남쪽으로 튀어!’의 지로 아버지가 말합니다.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듣고 있던 말쑥한 셀던 교수는 ‘아깝다, 학원비!’책을 높이 흔들고 갑자기 정면에서 송인수 선생님이 소리 높여 외칩니다.
“정의야, 학원비 갖고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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