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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수학사교육 정면승부(2011)

[6강 강의스케치] [수학뉴스⑥] 박재원: 일제시대 친일하듯 사교육이 대세라 따라가면 큰 코 다쳐...


마지막 강의스케치가 될 것이라 굳게 믿으며 작성했던 4강 강의스케치에 이어 또다시 보너스강의의 강의스케치를 맡게 된 이슬기 간사입니다. 예정에 없던 보너스 강좌가 생기면서 업무는 늘어났지만 6강을 마친 마음은 예상외로 가볍습니다. 박재원 선생님의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겠지요. 다만 걱정이 있다면 강의 후 돌아가시던 수강생 분들의 밝은 표정, 시원해진 마음을 다 글 속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뿐이네요.

<핀란드교육혁명>에는 박재원 선생님에 대한 소개가 이렇게 쓰여있네요. “공부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학습전문가이다. 강남 대치동에서 멀리 제주도까지 전국을 누비면서 정말 많은 학생, 학부모들을 만나 강의와 상담을 했다. 공부가 성공의 발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원인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보려는 열정 때문이다.(...)” 박재원 선생님과 다른 수학교실의 강사님들과의 다른 점이 있다면, 박재원 선생님은 수학교수법의 전문가라기보다는 학습법의 전문가라는 점이겠지요. 6강 강의는 그래서인지 “엄마, 수학이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 학습법과 부모의 교육법에 대한 현실적인 아이디어들이 쉼없이 반짝거렸습니다.

박재원 선생님의 강의는 사교육의 효과성에 대한 인정사정없는(?) 해부와 검증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성정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인들-경제력, 사교육의 영향력, 명문고, 자기주도성, 활용능력, 가정교육 등-중 무엇이 가장 큰 변인일까요? James Colemn의 유명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생의 가정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사교육 지향성, 엄마 주도성, 성적 지향성, 정보 의존성. 우리 사회에서 익숙한 키워드는 이런 것들입니다. 그러나 소장님은 말씀하십니다. “대세에 다들 넘어간거에요! 중요한 키워드는 따로 있거든요.“

선생님께서는 뒤집힌 그림을 하나 보여주시며 무슨 그림이냐고 물으십니다. 서슴없이 “모나리자”라고 부족한 교양을 자랑하려는 순간, 원래대로 배치된 그림은 모나리자와는 약간 다른 그림임을 알게 되었네요.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싸이클이 존재하고 이가 ‘모나리자’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지요. 많은 분들이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을 시킨다는 고백을 하고 계시고, 이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인양 생각되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박재원 선생님은 “그런 감정이 자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혹시 못 보면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요? 대세는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에 무서운 것입니다.” 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네요. (대표적인 확대, 재생산의 말들에는 “그렇게 돈 아끼다 나중에 애가...” “그렇게 여유부리다 어쩌려구!” “소문이 사실이더라구! 소개시켜줄까?” 등이 있지요^^;)

사람의 본성 그 자체는 경쟁보다는 협동을, 획일보다는 개성을, 평가보다는 배움을, 구경보다는 참여를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집단에서 경쟁을 통해 소수를 선발하고 다수를 들러리서게 하는 길은 길이라 할 수 없고, 엄격히 말해 교육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길을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휩싸이는 우리는 새로운 길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아니면 새로운 길이 있음에도 대세에 휩쓸려 보지 못하는 걸까요? 각종 통계자료와 신문기사는 물론 논문까지 인용하시며 다양하게 전개된 박재원 선생님의 “사교육무용론”은 때로는 갈팡질팡하는 학부모들에게 “대세에 넘어간거야!” 라고 비수를 꽂기도(?), 때로는 노홍철이 부른 경쾌한 노래 “나는 문제없어”를 통해 위로를 주기도 하며, 교육의 본질에 대한 희망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교육에서 나와 수학정복의 다른 길을 어떻게 가야 할까요. 소장님은 “지(知), 심(心), 행(行)” 이라는 정약용의 공부법을 인용하시면서, 이 순서로 강의를 진행해가셨습니다. 먼저 지(知), 학습은 태도, 습관, 방법(1,2), 기술 5단계로 진행됩니다. 태도가 변하면 습관이 변하고, 이에 따라 방법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습득해갈 수 있습니다. 결국 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인은 학습과제물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이죠. 전교1등 엄친딸(^^;) 모양의 사례는 이런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공부를 취미생활처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영어 독해집보다는 영어소설책 읽기에 치중하는 등,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해갔다는 것이죠. “힘들어도 해야돼” 라고 허벅지를 찌르며 공부하는 모범생 본능(?)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하기를 연습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구나, 라는 새로운 깨달음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녀들이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심리상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것,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겠지요.

다음으로 심(心), 새로운 길을 가려는 의지로 충만했다가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우리입니다. “안열어보고는 못 견디는 학원 카피”, “1년간 학원 못끊게 하는 방법”, “1명도 예외없이 제 날짜에 수강료 받는 방법”를 교육시키는 세미나까지 등장하는 판국에는 더욱 그러하지요. 그래서 보고 듣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친절한 소장님은 좋은 옆집 엄마와 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걱정 쌈싸먹는 Friday" 홍보까지 해주셨어요. 걱정 쌈싸먹는 Friday, 많이 오세요!^^) 나의 수학공부 십계명을 세우거나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 역시 필요하지요.

마지막으로 행(行), 실천과 관련한 여러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해주셨지만, 크게 분류하면 이야기 대화법, 그리고 완자스킬에 대한 이야기로 압축되겠네요. 이야기 대화법이란 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에 있어서 유념해야 할 기술로 첫 번째 받아 적고, 두 번째 읽어주고, 세 번째 고쳐주는 것입니다. (바로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면 안된답니다.^^;) 이외에도 완자스킬을 설명하시며 선생님의 수업 방식에 따라 자신의 공부 스타일을 조정할 것, 예습의 중요성, 자기 스타일의 필기 개발, 자동화될 때까지 절차적 지식을 연습할 것, 연산을 통해서 일일사고력을 연습할 것 등을 말씀해주셨어요.

저에겐 인생의 커다란 장애물 같기만 하던, 그래서 “멀고도 먼 당신”이었던 수학인데, 수학에 손을 놓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요즘에서야 느끼는 건 “수학, 알고 보니 재미있는 녀석”이라는 낯설고 새로운 깨달음입니다. (이 깨달음에 기초하여 여러 논쟁점에 대한 나름의 시야가 조금씩 생기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수강생 여러분들께도 수학교실을 통해 얻은 여러 깨달음들이 있으실 줄 압니다. 쉼 없이 달려온 6강 강의는 “교육 10계명을 세우라“는, 학부모들에게 돌아온 숙제로 마무리되었었지요. 6강 뿐 아니라 그동안의 강의 내용을 정리하시면서 “나의(우리 가족의) 수학교육 10계명 만들기”에 착수해보시는 건 어떨까요?^^